/백승욱 지음/창비 발행ㆍ424쪽ㆍ2만원
중국의 미래는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개혁ㆍ개방 30년 만에 스스로의 운명을 변화시키면서 이제 세계의 운명을 변화시키는 중국. 하지만 중국의 얼굴은 쟁점, 질문, 모순을 불러일으키는 혼돈 그 자체다. 저자는 중국은 세계화의 선두권에 선 동시에, 세계화가 빚어낸 위기를 날것으로 맞닥뜨리고 있다며 이 대국은 ‘흔들리고 있다’고 단언한다. 책은 그 흔들림을 사회주의ㆍ노동ㆍ동아시아라는 코드로 읽어낸다.
급속한 자본주의 세계로의 편입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여전히 내세우고 있는 ‘사회주의’ 이념은 여러모로 흥미거리다. ‘노동자 계급이 지도하는, 노농동맹을 기초로 하는 인민 민주독재의 사회주의 국가다’라는 중국헌법 1조에도 불구하고 이 이념의 현실적 변주는 놀랍다. 중국이 꼽는 두 가지 사회주의적 정체성의 근거는 사유보다 공유가 우선시된다는 점과 정치권력이 인민에게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공유의 개념은 전체 지분의 절반 이상이 공유부분이면 된다는 식으로 바뀌더니, 최근에는 핵심영역만 공유형태로 유지하면 공유제가 우위라는 식으로 느슨해졌다. 인민독재라는 개념도 중국공산당이 2001년 사영기업가의 공산당 입당을 허용하면서 사실상 무너졌다.
최근 부활하고 있는 ‘마오쩌둥 신화’ 역시 모순으로 가득찬 중국현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상징이다. 자본주의 노선을 추종하는 주자파(走資派) 들이 정권을 잡은 후 마오에 대한 중국당국의 평가는 마오가 중국을 10년 이상 후퇴시킨 인물 이라는 것. 그러나 책은 신자유주의 개혁프로그램의 진행으로 급격히 지위가 하락된 노동자ㆍ농민 사이에서 요즘 다시 마오의 유령이 호출되고 있는 점을 주목한다.
“계획경제 시절이 모든 면에서 나았다. 철밥그릇이 빈 밥그릇보다 더 났다”는 한 중국 국영기업 퇴직자의 항변은 선부론(先富論: 능력있는 사람이 먼저 부자가 되라는 덩샤오핑의 이론)을 내세워 앞만보고 자본주의화의 길을 달려왔던 21세기 중국이 처한 딜레마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책은 중국의 딜레마에서 우리의 현실로 시선을 돌린다. 저자는 “중국이 점점 더 신자유주의 길을 따라가면서 우리와 공유할 문제의식은 더욱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며 “1930년대와 40년대 중국과 조선의 진보적 대중운동이 국제 연대했던 것처럼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그 한계점을 넘어서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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