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이 양창수 서울대 법대 교수의 대법관 임명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양 교수는 이 대통령이 제청을 받아들여 국회에 임명동의를 요청하고, 국회의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안 처리를 거치면 대법관에 공식 임명된다. 대통령이 대법관 임명 제청에 응하지 않은 예가 한 번도 없고, 국회 임명동의 절차에서도 큰 어려움은 없을 전망이다. 사법 60년 사상 최초의 학계 출신 대법관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양 교수의 대법관 제청이 눈길을 끄는 것은 무엇보다 대법관 구성 다양화의 중요한 계기가 될 가능성 때문이다. 현재 대법관 14명 가운데 13명이 법관, 1명이 검사 출신이다. 대법관 문호가 여성과 진보성향 인사에게도 차례대로 개방됐으나 어디까지나 법조 내부에 한정됐다.
양 교수가 2005년부터 연이어 세 번이나 최종 후보군에 들어갔다가 번번이 고배를 마신 것도 ‘조직 안정성’을 중시하는 법원 전통의 시각 때문이었다. 그 동안 대법관 인선에서 중시된 것은 ‘연공서열’이었다. 대법관은 법원장까지 올라간 사람들의 몫이라는 고정관념도 남아 있다. 이 점에서 양 교수의 ‘3전4기’ 제청은 그 자체가 작지 않은 법원의 태도 변화이며, 앞으로 더 많은 변화를 시사한다.
물론 이를 법원의 근본적 체질 변화 조짐으로 볼 수는 없다. 그는 국내 민사법학계의 권위자로 꼽혀왔지만, 순수 학계 출신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5년 남짓 판사 생활을 하다가 자리를 옮겨 서울대 법대 강단에 20년 넘게 섰다. 대법관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 덕목 이외에 재야 법조인의 대법관 임명과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라는 사회적 요청을 두루 참작해 재야법조인이자 학계 출신인 양 교수를 골랐다는 이 대법원장의 말처럼 ‘혼합형’ 이미지가 남아있다.
다만 전통적으로 변화에 더딘 법원의 분위기로 보아 이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그의 기용으로 학계의 연구성과와 대법원 판결의 긍정적 상호작용이 확인될 경우 순수 학계 출신으로까지 임명 폭이 넓어질 수 있다. 최초의 제주도 출신이기도 한 그의 소금 같은 역할이 이래저래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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