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형 지음/문학과지성사 발행ㆍ364쪽ㆍ1만원
등단작이자 첫 장편소설 <키메라의 아침> (2004)에서 보여준 서사와 형식의 새로움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조하형(38)씨의 두 번째 장편이다. 이번 소설도 전작에 이어 ‘디스토피아 소설’이라 부를 만하다. 2부로 구성된 소설 속 가까운 미래엔 두 번의 재난이 닥친다. 강원 양양에서 일어나 낙산사를 태우고 부산까지 번진 화재가 지나자, 이번엔 엄청난 양의 토우(土雨)가 내려 세상은 모래의 재난에 시달린다. 키메라의>
1부엔 세 중심인물이 등장한다. 산림청 산림연구사 김희영, 그녀의 연인이자 재난 시뮬레이터인 이철민, 낙산사 수목장(葬) 숲 관리인 박인호. 2부에선 마카오에서 창녀로 일하던 김영희가 자살한 김희영의 자리를 대신한다. 김영희의 사촌언니는 박인호의 옛 애인으로, 그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 없이 살다가 자살했다. 이 사고로 죽은 맞은편 당사자는 이철민의 아내다. 서로 얽힌 인연을 지닌 이들은 불과 모래의 재난 속에서 제각기 삶의 의미를 고민하고 행동한다.
이야기의 중심엔 낙산사가 있다. 김희영과 박인호는 낙산사의 소실을 막으려 동분서주하고, 이철호는 산불로 인한 세상을 파국을 예감하고 그 실체를 확인하려는 시뮬레이션 실험을 진행한다.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사라진 낙산사의 의미를 찾으며 자신의 불행과 고뇌의 해결책을 모색한다. 이들에게 재난은 존재와 세계의 의미를 궁구하는 시뮬레이션인 셈이다. 하여 작품 속에 거듭 나오는 문구 ‘귀대환약신(貴大患若身ㆍ재난을 자기 몸처럼 귀하게 여김)’은 작중 인물들의 행동 지침이다.
‘자아 찾기’로 봐도 무방한 ‘낙산사 찾기’는 모래더미에 묻힌 세상을 떠도는 2부 세 인물의 여정으로 이어진다. “재난을 자기 몸으로 통합하며 확장하는 시스템, 그 자체”(307쪽)인 위험사회에서 그들은 불교적 사유를 통해 저마다의 ‘낙산사’를 일으켜 세운다. “삶은, 몸들의 움직임들의 집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 움직임 하나하나가, 낙산사를 짓는 일이 될 수는 없을까?”(343쪽) 세계의 ‘완전하게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절망으로 절망을 극복하는 삶의 윤리. 현란한 자연과학적 개념과, 그 용어로 만들어진 합성어들로 빼곡한 이 독창적 소설에서 작가가 전하고픈 메시지는 이런 것인 듯싶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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