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날트 히파르트 지음ㆍ안상임 옮김/북스토리 발행ㆍ352쪽ㆍ1만원
네덜란드 인기 작가 로날트 히파르트(45ㆍ사진)의 요리 소설이다. 주인공은 최고의 실력과 인기를 겸비한 네덜란드 요리사 ‘아르트 트로스트’.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요리 토크쇼를 진행하는 그는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요리를 즐기면서도, 전통주의자 못지않은 요리에 대한 열정과 고지식함을 갖췄다. 머리 속에 온통 요리 생각뿐이지만 미녀들의 유혹에 쉽사리 무너지는 탓에 사랑은 오래가지 않는다.
여름 방송 촬영차 라이벌이자 전통주의적 요리사 ‘라뤼’의 레스토랑이 있는 프랑스 사세토 성에 도착한 아르트. 그런데 방송 초대 손님들과 얽힌 스캔들이 터지면서 일은 초장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여기에 라뤼가 준 상한 음식을 먹고 몸에 탈이 나고, 프랑스 파업 사태로 식재료 조달이 어려워지고, 방송 감독의 어린 딸과 하룻밤을 보낸 탓에 촬영장은 시끄러워진다. 설상가상 미슐랭(유럽 레스토랑 안내서)은 아르토가 레스토랑 일을 소홀히 한다며 그의 자부심이었던 별 두 개를 거두겠다고 통보한다. 아르토 인생 최대의 위기다.
요리에 대한 헌신과 여성 편력, 아르토의 서로 다른 방식의 사랑이 소설의 두 축을 이루며 경쾌하게 진행된다. 여기에 화려한 프랑스 요리의 세계가 눈으로 들어와 혀를 자극한다. 이 소설을 가벼운 눈요깃거리로 떨어뜨리지 않는 것은 요리사의 생태와 심리에 관한 정교한 묘사 덕분이다.
작가는 레스토랑 주방 풍경을 넘어 요리사의 탄생 과정, 그들 간의 경쟁 의식과 암투를 실감나게 묘사한다. 평생의 노력이 외부에서 가해지는 한순간의 악평으로 무너질 수 있는 그들의 위태로운 처지도 인상 깊게 그려진다. 재미와 진지함이 잘 어우러진 소설이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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