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식이 복잡해졌다. 국회 원 구성 협상을 놓고 씨름하던 여야 사이에 청와대가 끼어 들었고, 결과적으로 국회 정상화 해법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
여야 간 국회 정상화 협상을 타결 일보 직전에 무산시킨 7월 31일 밤 당청 엇박자 소동은 표면적으론 장관 인사청문특위 구성에 대한 시각차에서 비롯됐다. 여당이 “정치적으로 타협해 청문특위를 구성하자”고 했는데 청와대가 “법에 없는 청문특위가 무슨 소리냐”며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여권 내 소통부재의 근원에는 당청 간 대야(對野) 전략 차, 여당 내 강온 그룹의 대립이 자리하고 있다.
여당은 ‘어떻게 든 야당을 국회 내로 끌어들이고 보자’는 생각이 앞서 있었다. 국회만 들어가면 의석수로 요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홍준표 원내대표를 위시한 원내대표단의 전략이 그랬다. 그러다 보니 웬만한 것은 양보하자는 기류가 강했다. 홍 원내대표는 1일 기자들과 만나 “172석 여당이 81석 야당을 무조건 억누르겠다고 달려들면 정치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달랐다. “거대 여당이 줄 것 다 주고 야당에게 끌려 다니기만 하느냐”며 불만이 많았다. 쇠고기 국정조사 실시와 증인 참고인 채택 등에서 여당은 양보만 했고, 그로 인한 피해는 청와대에게 고스란히 돌아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도 31일 상황을 보고받고 “계속 명분 없이 야당에 양보만 하면 여당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격노했다고 한다.
이 같은 청와대의 움직임에 당내 친이명박계도 가세하는 형국이다. 임태희 정책위의장과 안경률 사무총장 등 친이 인사들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일제히 “홍 원내대표가 너무 양보를 많이 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결과적으로 국회 정상화는 더욱 난망하게 됐다. 여ㆍ야ㆍ청의 3각 구도 속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5일까지 냉각기를 갖고 그 이후 원 구성을 위한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며 “6일 임시국회를 다시 소집해 민생법안과 추경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조정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일괄 타결 사안이었기 때문에 인사청문 특위가 구성되지 않으면 8월 임시국회도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청와대가 여야 간 합의된 내용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한 것은 잘못해도 너무 잘못한 것”이라며 “청와대가 10년 전, 20년 전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런 행태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청와대와 야당 어느 한쪽에서 양보하지 않으면 현재로선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만일 청와대가 장관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국은 더욱 혼미해 질 수도 있다. 여당으로선 야당을 국회로 끌어들일 명분 찾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두 달여 헛바퀴만 돈 국회의 공전이 마냥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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