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북한 찬양과 반정부 반미 반자본주의 내용의 ‘불온서적’ 목록을 만들어 군내 반입을 막으라고 각군에 지시해 말썽이다. 사회의 거칠고 들뜬 이념 논쟁이 군의 정체성에 관한 장병들의 인식을 어지럽히는 현실에 대한 우려는 이해하지만, 무턱대고 ‘금서(禁書)’를 지정하는 것은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사회 전반의 변화와 장병들의 의식 수준을 헤아리는 열린 안목이 아쉽다.
국방부가 군 정신전력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분류한 불온서적 목록은 군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태반이 부적절하다. 체제와 군의 정통성을 시비하고, 북한 체제와 군사전략 등을 옹호한 내용의 책자는 꺼릴 만하다. 주한미군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등 반미 성향이 두드러지는 책도 그렇다.
그러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경제논리를 비판한 국내외 저명학자의 저서까지 금서로 지정한 것은 상식 밖이며 시대착오적인 일이다.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을 반정부 반미 서적으로 분류한 것이 대표적이다. 나쁜>
대학 교재로 쓰이는 민속학자의 북한문화 소개책자와 중진작가의 성장소설을 북한 찬양 서적으로 규정한 것도 의아하다. 숱한 서적 가운데 이런 식으로 골라낸 ‘불온서적’이 고작 23권에 그친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그만큼 분류기준이 자의적일 뿐 아니라 편협하다.
민주사회, 민주군대의 원칙과 이상을 좇는다면 관련 법이 규제하는 북한관련 책자 등을 제외하고는 함부로 통제해서는 안 된다. 물론 우리 체제와 군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북한 찬양 책자가 병영에 나도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상의 자유시장’ 논리를 군 조직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국민의식 변화와 동떨어진 금서 목록을 만들어 규제하는 것은 군과 장병을 사회와 격리된 존재로 여기는 안이하고 그릇된 발상이기 쉽다.
사회 변화 속에서 군의 정체성과 ‘군인정신’을 확립하는 길을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기 바란다. 토론식 정훈교육으로 장병들의 건전한 가치관 정립을 돕는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접근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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