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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정보는 국력이다'

입력
2008.08.04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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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엔 붕어가 없다지만 국가정보원에 국가정보가 없다면 문제다. 국정원(NIS)의 ‘I’가 ‘첩보(information)’가 아니라 ‘정보(intelligence)’임이 분명한데, 그것이 없어 보인다. 첩보와 정보는 다르며, 수집된 첩보가 분석되어 진위가 가려질 때 정보가 된다. 올들어 ‘촛불시위’와 ‘금강산’, ‘독도’, 세가지 국가적 현안이 불거졌다. 이 모두에서 가장 많은 일을 했어야 하고, 해야 할 곳은 국정원이 아닐까. 이들 세 사건은 국내, 대북, 해외로 나뉜 국정원의 파트별로 돌아가며 일어났다.

촛불시위에서 많은 요원과 간부가 시청 앞에 ‘참가’했을 것이다. 하지만 입수한 첩보를 정보로 만드는 데는 실패했던 것 같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좌익들의 준동과 반격’이었고, 이것이 국가정보로 청와대에 보고되었음은 이후 정부의 대응들에서 짐작할 수 있다. 촛불시위를 좌우의 문제로만 접근할 수 없었음은 그 동안의 과정이 설명하고 있다.

NIS의 정보부재 걱정스럽다

금강산 사건을 보자. 우리나라에서 그곳 호텔과 해수욕장 주변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알고 있어야 하는 곳은 어디인가. 현대아산? 통일부? 천만의 말씀이다. 삼일포 앞바다는 미국도 일년 내내, 하루 24시간 첩보를 수집하는 곳이다. 관광객이 피살되던 날, 미국 AP통신은 우리 언론보다 30분 앞서 사건을 전세계에 타전했다. 국정원이 AP통신보다 먼저 알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사건보고가 청와대 입구(위기정보상황팀)에서 대통령에게 전달되는데 2시간이 걸린 것으로 보아 정보(혹 첩보는 몰라도)를 갖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오늘까지도 도발인지 우연인지, 국정원은 올바른 정보가 없어 보인다.

독도 문제는 어떤가. 각종 명분으로 미국 내에 많은 국정원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도 언론보도 전까지 미국 지명위원회(BGN)의 공개자료조차 챙기지 못했다. 한동안 침묵하더니 이상한 해명자료가 하나 나왔다. BGN 논란에 이어 일부 언론이 미국 CIA 자료(팩트북)도 그렇다고 보도했다.

국정원은 즉각 반박하며, 우리측의 문제제기로 2005년 4월부터 한국의 실효적 지배를 인정하는 문구(occupied by South Korea since 1954)로 수정됐다고 설명했다. 맞다. 하지만 독도는 여전히 CIA 팩트북 ‘분쟁지역’ 항목에 들어가 있고, 다만 설명에서 ‘일본과 해결되지 않은 논쟁(unresolved dispute with Japan)’ 대신 한국의 실효적 지배를 넣은 것이다. 그렇게 당당하게 반박할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인다.

국정원에 왜 정보가 없는가. 여당의 원내대표가 “도대체 수많은 예산을 쓰면서, 월급을 받고 뭘 하는 집단인지 알 길이 없다”고 질타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진단해야 한다. 미국의 CIA나 중국의 국가안전부(國安)는 나라의 규모도 크고, 세계를 주무르기 위한 것이니 그렇다 치자. 일본은 국가 차원이 아니라 총리실 관방장관 산하에 내각정보조사실(내조)을 두고 우리의 국정원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내조가 한일관계는 물론, 미국 중국 러시아와의 정보경쟁에서 ‘뭐가 뭔지도 모르고 당했다’며 언론과 정치권의 비난을 산 경우를 거의 기억할 수 없다. 특히 북한에 대한 정보력은 과거 ‘메구미 사건’에서 보듯 우리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국가시책 기본자료는 챙겨야

국정원의 업무와 역할을 자세히 알 바는 아니다. 하지만 촛불시위, 금강산, 독도 문제에서 주무부서인 행정안전부(경찰), 통일부, 외교통상부가 상황을 판단하여 시책을 결정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정보는 만들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정부조직표에 국정원은 대통령과 국무총리실 사이에 있다.

국정원의 원훈(院訓)이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에서 ‘정보는 국력이다’로 바뀐 지 10년이 다 됐다. 그리고 지금의 국정원이 과거 중앙정보부나 안기부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은 온 국민이 다 안다. 국력을 키우기 위한 진단과 처방이 급해 보인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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