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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후보' 경력·지역 등 대법원 인적 다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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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후보' 경력·지역 등 대법원 인적 다양화

입력
2008.08.04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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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사법 역사상 처음으로 학계에서 대법관 후보가 나온 것은 대법원 구성 다양화에 대한 이용훈 대법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지난달 31일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가 이 대법원장에게 추천한 후보는 양창수 서울대 법대 교수, 구욱서 서울남부지법원장, 신영철 서울중앙지법원장, 오세욱 광주지법원장 등 4명.

이명박 정부 출범후 첫 대법관 임명제청인데다 정통 법관 출신인 김황식 감사원장 내정자의 후임을 찾는 인선이라는 점에서 법관 출신의 보수 성향 인사가 유력하게 점쳐졌으나 이 대법원장은 이 같은 예상을 보기좋게 깨버렸다.

이 대법원장은 양 교수를 대법관 후보로 낙점하면서 여러 요소들을 두루두루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양 후보는 제주 출신으로 지역 안배 논란에서 벗어나 있고, 보수나 진보로 확연하게 나뉘는 인물도 아니어서 이념을 둘러싼 소모전도 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학계 출신으로서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 확대 측면에서 이점이 있고, 법관 경력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외부 인사 수혈시 문제가 되는 ‘실무능력 부재’에 대한 우려도 없다.

이번 대법관 후보 임명 제청 과정을 보면 지역 및 출신학교에 대한 산술적 안배에 주력하지 않은 점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전남 장성 출신인 김황식 감사원장 내정자가 법복을 벗음으로써 이 대법원장(전남 보성)을 제외한 12명의 대법관 중 호남 출신은 김지형ㆍ이홍훈 대법관 2명만 남게 됐다.

나머지 대법관은 경남ㆍ부산(PK) 출신이 5명, 대구ㆍ경북(TK) 출신이 2명, 대전ㆍ충청 2명, 서울 1명 등이었다. 이 때문에 지역안배 차원에서 오세욱 광주지법원장의 임명 제청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결과는 제주 출신인 양 후보였다.

그러나 진보 성향 대법관 중 김지형 대법관을 제외한 김영란ㆍ박시환ㆍ전수안 대법관이 모두 PK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대법원에서 지역 안배는 이념의 다양화와 직결되지는 않는 상황이다.

양 후보에 대한 대법관 임명 제청으로 인해 향후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에 대한 기대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관은 ‘법조 경력 15년 이상으로서 40세 이상’인 사람은 누구나 후보가 될 수 있지만, 오랜 기간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남성 법관 외에는 꿈을 꿀 수 없었다.

2003년 소장 판사들이 ‘보수의 철옹성’이 된 대법원과 대법관 인사에 문제를 제기하며 촉발된 ‘대법관 제청파문’ 사건 이후 최초 여성 대법관이자 진보 성향인 김영란 대법관이 2004년 임명되면서 대법원은 변화의 바람을 맞았다.

이후 파격적으로 김지형ㆍ박시환 대법관 등 진보 성향의 인사들이 대법관으로 임명되면서 이념의 균형 맞추기에 첫발을 뗐다. 전수안 대법관의 임명으로 여성 대법관도 2명으로 늘었다.

향후 이명박 정부에서 임기가 끝나 교체될 대법관은 12명이다. 때문에 앞으로 대법관 선정에서 이념과 출신 분야의 다양성이라는 명제가 얼마나 지켜질 지, 또 이번 제청이 대법원 다양화를 위한 새 정권의 노력의 시작이 될지 아니면 끝이 될지는 더 지켜볼 대목이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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