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결 일보 직전까지 갔던 국회 원구성 협상이 다시 결렬됐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지도부 6명이 31일 4시간여 동안 머리를 맞대, 원구성 협상의 돌파구를 찾는 듯 했으나 뜻하지 않은 암초 하나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협상 결렬로 국회가 민생 고통을 외면하고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한층 거세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도 비판 받을 소지가 적지 않다.
오후 4시 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 등이 국회에서 마주앉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홍 원내대표는 “오늘 원구성을 완료해 민생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다. 원 원내대표도 “끝장 협상을 해서 타결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3시간 가량 흘러 오후 7시쯤, 원구성 협상이 타결돼 곧 결과를 브리핑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 터졌다. 협상 타결 임박 소식이 들린 지 1시간쯤 뒤인 오후 8시쯤 급기야 결렬 선언이 나왔다. 양당은 딱 한가지 조건만 빼고는 나머지 내용에서 모두 합의했다. 7개항의 합의문 초안까지 이미 만들었다.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협상을 깨게 만들었다. 바로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문제였다.
민주당은 이 세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인사청문특위를 만들어 실시하자고 했다. 국회법상에 장관 인사청문회는 소관 상임위에서 하도록 돼 있으나 이미 국회 파행으로 ‘20일 기한’이 지난데다 상임위 구성도 안됐으니 특위를 구성해 하자는 것이다. 또 청와대가 이날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를 요청한 기한인 8월5일까지 청문회를 마치려면 상임위에서 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특위에서 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홍 원내대표도 처음에는 민주당의 이 요구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홍 원내대표가 청와대에 이 문제를 문의하자 청와대측은 “곤란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첫째로 법률에 있지 않은 인사청문특위 제도를 받아들일 수 없고, 둘째로 선례를 남기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협상은 일괄 결렬됐다. 홍 원내대표는 “당초 정치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라 생각했지만 나중에 청와대측의 논리와 입장을 들어보니 그 논리에 수긍이 됐다”며 “협상 결렬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청와대가 장관 인사청문회를 의도적으로 피하기 위해 결렬시킨 것 같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여야는 이 문제만 빼고는 쟁점에 합의했다. 상임위와 상설특위는 총 18개로 하고 한나라당이 상임위원장 12개, 민주당이 6개 자리를 갖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운영위, 기획재정위, 정무위, 통외통위, 국방위, 행안위, 문광방통위, 보건복지가족위, 국토해양위, 정보위, 예결특위, 윤리특위를 민주당은 법사위, 교육과기위, 농림수산식품위, 지경위, 환노위, 여성위를 가져가기로 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법사위를 민주당에 양보하고, 민주당은 예결특위의 상설화 주장을 양보해 서로 한발씩 물러난 것이다. 논란이 됐던 방송통신위원회는 문광위 소관으로 두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합의 사항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원구성 협상 전망은 또 다시 먹구름이다. 당장 한나라당측은 “협상이 결렬됐지만 기존에 합의된 내용은 앞으로도 유효하다”는 주장이나, 민주당측은 “인사청문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협상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양당은 당장 협상에 다시 나서기는 어려울 것 같다. 경우에 따라 여야간 대치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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