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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청준 타계/ 끊임없이 '당신들의 천국' 묻던 창작열정 끝내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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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청준 타계/ 끊임없이 '당신들의 천국' 묻던 창작열정 끝내 지다

입력
2008.08.01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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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타계한 소설가 이청준씨는 1939년 전남 장흥군 대덕면(현 회진면) 진목리에서 부친 이남석씨와 모친 김금례씨의 5남3녀 중 일곱째(4남)으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부친과 형제들의 잇따른 죽음과 지독한 가난, 6ㆍ25전쟁 때의 부정적 체험은 그의 정신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씨는 초등학교 2, 3학년 무렵 다락에서 죽은 맏형의 장서와 독후감ㆍ일기를 탐독하면서 문학에 눈뜬다. 마을 주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수재였던 그는 54~60년 광주로 유학해 중ㆍ고등학교를 다닌다. 대학 졸업 때까지 계속된 가난은 그에게 탈향 욕구를 가중시켰다.

60년 서울대 독문과에 입학한 이씨는 4ㆍ19혁명과 5ㆍ16쿠데타를 겪은 후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99년 한 대담에서 그는 “5ㆍ16 이후 열렸던 세계가 완전히 닫혀버린 느낌이었다”며 “과연 내가 역사와 문학과 삶의 옳은 자리에 서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오는 위기감이 많았다”며 창작의 계기를 밝혔다.

대학 4학년이던 65년 그는 단편 ‘퇴원’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졸업 직후 <사상계> 에서 1년 반 근무, 60ㆍ70년대 몇몇 잡지 창간 관여, 86~88년 한양대 국문과 교수 재직을 제외하면 고인은 평생 창작에 전념하며 방대한 작품을 발표했다.

상경 이후 오랫동안 고향에 발을 끊었던 그는 75년 무렵부터 서울과 고향을 자주 오가기 시작한다. 2004년 인터뷰에서 그는 “훌륭한 사람이 돼서 금의환향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심했다”며 “부끄러움을 안고 근 20년만에 발 딛고 보니 고향은 휴식과 위안의 공간이었다”고 말했다. 귀향 이후 그는 단편 ‘눈길’, ‘남도 사람’ 연작 등 어머니와 고향, 남도소리를 소재로 한 일련의 소설을 쓰며 작풍 변화를 보인다.

이씨는 중편 ‘비화밀교’ ‘벌레 이야기’ 등의 문제작을 발표하며 80년대를 통과한다. 81년엔 늦둥이 외동딸을 얻는 기쁨을 누린다. 그는 한 대담에서 “광주사태를 염두에 두고 쓴 ‘비화밀교’나, ‘시간의 문’ ‘벌레 이야기’ 등을 통해 부족하나마 사회적 책임을 하려 했다”면서도 “80년대 문학을 풍미한 민중주의의 도구적 인간관과는 분명한 거리를 뒀다”고 말했다. 교조적 이념을 비판하는 89년 장편 <자유의 문> 은 이청준 문학의 독자적 입지를 보여주며 주목 받았다.

90년대 이씨는 연작소설집 <남도 사람> 수록 단편 중 3편을 원작으로 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 (1993)로 새삼 이름을 떨쳤다. 영화 원작을 묶은 소설집 <서편제> 는 영화 개봉 한 달 만에 10만 부가 팔려나가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씨가 등단부터 98년까지 발표한 소설은 25권 분량의 <이청준 문학전집> (열림원 발행)에 묶여 2003년 완간됐다. 그해 그는 간판 소설 <당신들의 천국> (1976)이 100쇄(30만 부) 출간을 맞는 겹경사를 누렸다.

2000년대 들어서도 그는 소설집 세 권과 장편 두 권, 산문집 다섯 권을 쏟아냈다. 지난해 폐암 투병 와중에도 마지막 창작집을 상재하며 그는 문학을 향한 순교자의 길을 감내했다.

■ 연보

▲1939년 전남 장흥 출생 ▲1960년 광주 제일고 졸업, 서울대 독문과 입학 ▲1965년 단편 '퇴원'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 당선 ▲1966년 서울대 졸업, <사상계> 사 입사 ▲1967년 단편 '병신과 머저리'로 동인문학상 수상 ▲1968년 남경자씨와 결혼, <아세아> 지 창간 참여 ▲1969년 단편 '매잡이'로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신인상 ▲1971년 첫 소설집 <별을 보여드립니다> 출간 ▲1975년 중편 '이어도'로 한국일보 창작문학상 ▲1976년 장편 <당신들의 천국> 출간 ▲1978년 중편 '잔인한 도시'로 이상문학상 ▲1979년 단편 '살아있는 늪'으로 중앙문예대상 예술 부문 장려상 ▲1981년 장편 <낮은 데로 임하소서> 출간 ▲1986년 중편 '비화밀교'로 대한민국문학상 우수상, 한양대 출강(~1988) ▲1990년 장편 <자유의 문> 으로 이산문학상 ▲1993년 연작소설집 <남도사람> 원작의 영화 <서편제> 개봉, <당신들의 천국> 불어판 출간(악트쉬드 발행) ▲1994년 장편 <흰옷> 으로 대산문학상 ▲1996년 장편 <축제> 출간 및 영화화 ▲1998년 <이청준 문학전집> (열림원 발행) 출간 개시, 중편 '날개의 집'으로 21세기문학상 ▲1999년 순천대 문예창작과 석좌교수 임용, 프랑스 외무부 초청으로 파리 방문 ▲2000년 <낮은 데로 임하소서> 100쇄 발행 ▲2003년 인촌상 수상, <당신들의 천국> 100쇄 발행, <이청준 문학전집> 25권 완간 ▲2004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수상, <당신들의 천국> 스페인어판 출간(트로타 발행) ▲2005년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으로 선출 ▲2007년 호암상 예술상ㆍ제비꽃 서민문학상 수상, 마지막 소설집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출간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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