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타계한 소설가 이청준씨는 1939년 전남 장흥군 대덕면(현 회진면) 진목리에서 부친 이남석씨와 모친 김금례씨의 5남3녀 중 일곱째(4남)으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부친과 형제들의 잇따른 죽음과 지독한 가난, 6ㆍ25전쟁 때의 부정적 체험은 그의 정신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씨는 초등학교 2, 3학년 무렵 다락에서 죽은 맏형의 장서와 독후감ㆍ일기를 탐독하면서 문학에 눈뜬다. 마을 주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수재였던 그는 54~60년 광주로 유학해 중ㆍ고등학교를 다닌다. 대학 졸업 때까지 계속된 가난은 그에게 탈향 욕구를 가중시켰다.
60년 서울대 독문과에 입학한 이씨는 4ㆍ19혁명과 5ㆍ16쿠데타를 겪은 후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99년 한 대담에서 그는 “5ㆍ16 이후 열렸던 세계가 완전히 닫혀버린 느낌이었다”며 “과연 내가 역사와 문학과 삶의 옳은 자리에 서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오는 위기감이 많았다”며 창작의 계기를 밝혔다.
대학 4학년이던 65년 그는 단편 ‘퇴원’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졸업 직후 <사상계> 에서 1년 반 근무, 60ㆍ70년대 몇몇 잡지 창간 관여, 86~88년 한양대 국문과 교수 재직을 제외하면 고인은 평생 창작에 전념하며 방대한 작품을 발표했다. 사상계> 사상계>
상경 이후 오랫동안 고향에 발을 끊었던 그는 75년 무렵부터 서울과 고향을 자주 오가기 시작한다. 2004년 인터뷰에서 그는 “훌륭한 사람이 돼서 금의환향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심했다”며 “부끄러움을 안고 근 20년만에 발 딛고 보니 고향은 휴식과 위안의 공간이었다”고 말했다. 귀향 이후 그는 단편 ‘눈길’, ‘남도 사람’ 연작 등 어머니와 고향, 남도소리를 소재로 한 일련의 소설을 쓰며 작풍 변화를 보인다.
이씨는 중편 ‘비화밀교’ ‘벌레 이야기’ 등의 문제작을 발표하며 80년대를 통과한다. 81년엔 늦둥이 외동딸을 얻는 기쁨을 누린다. 그는 한 대담에서 “광주사태를 염두에 두고 쓴 ‘비화밀교’나, ‘시간의 문’ ‘벌레 이야기’ 등을 통해 부족하나마 사회적 책임을 하려 했다”면서도 “80년대 문학을 풍미한 민중주의의 도구적 인간관과는 분명한 거리를 뒀다”고 말했다. 교조적 이념을 비판하는 89년 장편 <자유의 문> 은 이청준 문학의 독자적 입지를 보여주며 주목 받았다. 자유의>
90년대 이씨는 연작소설집 <남도 사람> 수록 단편 중 3편을 원작으로 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 (1993)로 새삼 이름을 떨쳤다. 영화 원작을 묶은 소설집 <서편제> 는 영화 개봉 한 달 만에 10만 부가 팔려나가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서편제> 서편제> 남도>
이씨가 등단부터 98년까지 발표한 소설은 25권 분량의 <이청준 문학전집> (열림원 발행)에 묶여 2003년 완간됐다. 그해 그는 간판 소설 <당신들의 천국> (1976)이 100쇄(30만 부) 출간을 맞는 겹경사를 누렸다. 당신들의> 이청준>
2000년대 들어서도 그는 소설집 세 권과 장편 두 권, 산문집 다섯 권을 쏟아냈다. 지난해 폐암 투병 와중에도 마지막 창작집을 상재하며 그는 문학을 향한 순교자의 길을 감내했다.
■ 연보
▲1939년 전남 장흥 출생 ▲1960년 광주 제일고 졸업, 서울대 독문과 입학 ▲1965년 단편 '퇴원'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 당선 ▲1966년 서울대 졸업, <사상계> 사 입사 ▲1967년 단편 '병신과 머저리'로 동인문학상 수상 ▲1968년 남경자씨와 결혼, <아세아> 지 창간 참여 ▲1969년 단편 '매잡이'로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신인상 ▲1971년 첫 소설집 <별을 보여드립니다> 출간 ▲1975년 중편 '이어도'로 한국일보 창작문학상 ▲1976년 장편 <당신들의 천국> 출간 ▲1978년 중편 '잔인한 도시'로 이상문학상 ▲1979년 단편 '살아있는 늪'으로 중앙문예대상 예술 부문 장려상 ▲1981년 장편 <낮은 데로 임하소서> 출간 ▲1986년 중편 '비화밀교'로 대한민국문학상 우수상, 한양대 출강(~1988) ▲1990년 장편 <자유의 문> 으로 이산문학상 ▲1993년 연작소설집 <남도사람> 원작의 영화 <서편제> 개봉, <당신들의 천국> 불어판 출간(악트쉬드 발행) ▲1994년 장편 <흰옷> 으로 대산문학상 ▲1996년 장편 <축제> 출간 및 영화화 ▲1998년 <이청준 문학전집> (열림원 발행) 출간 개시, 중편 '날개의 집'으로 21세기문학상 ▲1999년 순천대 문예창작과 석좌교수 임용, 프랑스 외무부 초청으로 파리 방문 ▲2000년 <낮은 데로 임하소서> 100쇄 발행 ▲2003년 인촌상 수상, <당신들의 천국> 100쇄 발행, <이청준 문학전집> 25권 완간 ▲2004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수상, <당신들의 천국> 스페인어판 출간(트로타 발행) ▲2005년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으로 선출 ▲2007년 호암상 예술상ㆍ제비꽃 서민문학상 수상, 마지막 소설집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출간 그곳을> 당신들의> 이청준> 당신들의> 낮은> 이청준> 축제> 흰옷> 당신들의> 서편제> 남도사람> 자유의> 낮은> 당신들의> 별을> 아세아> 사상계> 사상계>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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