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건에 대한 입장을 갑자기 바꿔 매각 승인절차에 돌입한 배경을 놓고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금융위원회는 한달 전만 해도 외환은행의 대주주 론스타에 대한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즉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사건에 대한 법원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매각승인 심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지난 주 돌연 입장을 바꿔 승인심사에 착수키로 했는데, 이처럼 갑자기 입장을 변경한 이유에 대해서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어 의구심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시장에서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추측 중 하나는 ‘론스타 압박설’이다. 론스타가 이달 초 전광우 금융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월말까지 매각승인 심사를 시작하지 않으면 HSBC와의 매매계약을 파기하고 한국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벌일 거라고 사실상 ‘협박’했다는 것이다.
김광수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25일 브리핑에서 론스타가 손해배상소송 카드로 금융위를 압박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답하기 곤란하다. 그러나 HSBC와 론스타가 여러 경로를 통해 입장을 전달한 것은 있다”고 답해 론스타의 압박사실을 간접 시인했다.
만일 론스타가 법적 소송에 착수할 경우 정부가 승소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판단이다. 이 경우 정부가 물어야 할 손해배상액이 20억달러(약 2조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위는 패소할 경우 정부가 감수해야 하는 금전적 피해와 국제적 위신추락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테고, 이 때문에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꿨을 거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금융위에서는 이 같은 추측에 대해 말도 안 된다며 일축하고 있다.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은 “론스타의 법적 소송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교류를 통해 몇 년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라며 “승인심사 결정은 7월 말 론스타와 HSBC 매매계약 만료를 앞두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입장 번복의 또 다른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다. 부시 대통령의 고향인 미국 텍사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론스타는 미국 공화당의 큰 손 후원자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정부가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일종의 ‘선물’차원에서 론스타 문제를 풀어줬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인 ‘론스타 게이트 의혹규명 및 외환은행 불법매각 중지를 위한 국민행동’은 29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갑자기 외환은행 매각승인 심사에 착수한 것은 3월 이명박 대통령이 방미해 ‘론스타의 먹튀’를 약속했다는 소문이 사실임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이는 다음달 5일 부시 대통령 방한에 맞춘 조공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최근 이명박 대통령 앞으로 HSBC의 원만한 외환은행 인수를 촉구하는 내용의 서신을 보내 지원사격에 나선 것도 중요한 동기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추측의 공통점은 결국 정부가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을 고려하기보다는 미국, 영국의 입김에 밀려 외환은행 매각건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입장번복에 대해 금융당국의 책임있는 설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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