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마음을 보세요. 그게 수도(修道)이고 정신분석입니다."
동양의 도(道)와 서양의 정신치료. 언뜻 보기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소암 이동식(88) 한국정신치료학회 명예회장에게는 이 둘이 똑같다. 동양의 수도 전통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도정신치료'를 정립한 이 회장이 이론과 임상경험을 정리한 <도정신치료입문> (도서출판 한강수)을 펴냈다. 도정신치료입문>
"정신분석의 진수가 바로 도야. 도를 잘 이해하면 정신분석을 하는 게 간편해져요." 30일 서울 성북동 동북신경정신과의원에서 만난 이 회장은 미수(米壽)에도 맑은 혈색에 활달한 모습이었다. 그는 정신과 의사인 부인 김동순 선생과 함께 1965년 개원한 이 병원에서 여전히 부지런하게 환자를 보고 있었다.
이 회장은 일제 때 대구의전을 거쳐 미국에서 정신분석을 공부해 박사 학위를 딴 우리나라 정신의학계의 1세대이다. 그러나 동양의 전통이 서양의 정신분석보다 뛰어나다는 점을 깨닫고 60년대부터 숭산, 월운 스님 등에게서 불교를 배우는 것을 비롯해 유교, 도가 등 동양 전통을 공부했다.
이를 임상에 적용해 '도정신치료'를 정립한 그는 79년 한국정신치료학회를 창립해 후학들을 기르고 이를 세계에 알려왔다.
이 책에서는 정신치료의 대안으로 동양의 도가 탁월하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정신 문제의 근본원인은 어릴 때 형성된 핵심감정이며, 치료자가 자비심으로 환자에게 공감해야 치료가이루어진다는 것이 도정신치료다. 치료자의 인격이 환자를 치료한다는 것이다.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려면 치료자가 자기 마음을 많이 정화해야 해. 그런데 요즘 정신분석하는 사람들 중에는 사인(邪人)이 많고 정인(正人)이 별로 없어." 이 회장은 "미국에서도 '바른 사람'(right man)이 하는 치료가 효과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면서 치료자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도는 행주좌와(行住座臥) 즉, 걷고 서고 앉고 누울 때 자기 마음을 보는 거야." 자기 마음을 볼 때는 주로 감정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생각은 감정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크라테스도 인간의 지식은 다 착각이라고 했어. 그래서 영혼과 육체가 분리돼야 진리가 보인다고 해서 순순히 죽었어. 그런데 동양은 살아있으면서 자기 감정의 지배를 받지 않으면 된다고 봐. 그게 수도야." 이 회장은 "생각은 다 망상이라는 말은 이미 신경생리학적으로 증명이 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치료에서도 치료자의 감정이 중요하다고 이 회장은 강조했다. "프로이트가 융에게 보낸 편지에 '치료자의 사랑이 환자에게 전달돼 환자가 낳는다'는 말이 있어. 치료자의 자비심, 즉 느낌이 환자에게 건너가 치료가 되는 거야. 그들도 이런 점을 알고 있었어요."
"융은 도인(道人)으로 살고 도인으로 죽었어. 융 학파 제자라고 하는 사람들도 이런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해요." 60년대에 당대의 선지식으로 손꼽혔던 통도사의 경봉 스님에게서 "의사가 되지 말고 도인이 되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말을 들은 이 회장에게는 이렇게 도와 정신분석 간에 경계가 없다.
"고통스러운 감정을 외면하지 말고, 힘들더라도 계속 보고 견디면 마음이 편해지게 돼. 정신병은 괴로움을 안 받아들이는 데서 오는 거예요."
종교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기성 종교는 믿지 않지만 인생을 사는 데는 믿음이 필요해. 내 믿음은 있는 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야."
글ㆍ사진=남경욱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