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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낸 평론가 이어령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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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낸 평론가 이어령씨

입력
2008.08.01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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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넘게 문단생활을 하며 소설 평론 희곡 시나리오 등 갖은 장르의 작품을 발표했지만 시집은 처음입니다. 사실 제 평론이나 에세이는 그 속에 있던 시적 아포리즘(경구)이나 메타포(비유) 때문에 높은 평가를 받아왔고, 그래서 이번 시집 출간엔 그동안 숨겨온 것을 들킨 듯한 부끄러움도 따릅니다. 딱정벌레의 딱딱한 등이 제 산문이었다면, 그것이 몸을 뒤집었을 때 보이는 말랑한 속살이 제 시입니다.”

원로 평론가 이어령(74ㆍ사진)씨가 생애 첫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문학세계사 발행)를 출간하고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시집에 수록된 61편의 시엔 이씨가 대학생 시절 쓴 작품부터 최근 발표작까지 망라돼 있다. 이씨는 2006년 계간 <시인세계> 겨울호에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등 시 2편을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등단했고, 올 6월엔 계간 <문학의 문학> 여름호에 ‘네가 포도밭에서 일할 때’ 등 6편을 발표한 바 있다.

시집은 5부로 구성됐다. 재미 변호사인 외동딸 민아(48)씨와 외손자의 투병을 계기로 기독교에 귀의해 작년 7월 세례를 받은 이씨는 1부에 성경 속 이미지를 빌려 쓴 신앙시를 여럿 실었다. 이어 2부엔 일상 속 단상이나 감상에 시적으로 형상화한 시편들을 실었고, 3부에선 시인으로서의 각오를 밝히고 있다. 어머니의 모성을 찬미한 4부에 이어 5부엔 전통 문화를 소재로 한 시가 많이 보인다. 대부분 화려한 기교 없이 평이한 시어로 담담하게 쓰여진 작품들이다.

이씨는 2003~2004년 일본 교토에 홀로 머물며 일본문제연구소에서 연구 생활을 하던 시절에 집중적으로 시를 썼다고 말했다. “생활비를 아끼려 저녁이면 슈퍼마켓의 할인 구매 대기줄에 서있었다. 그렇게 생필품과 식료품을 사서 기숙사 방으로 돌아올 때 생활한다는 것의 고통, 신 없이 사는 자들의 외로움을 절절히 공감했다.” 수록시 ‘세븐일레븐의 저녁시간’은 그 쓸쓸한 귀갓길을 노래한 작품이다. 그렇게 “기침처럼 튀어나오는” 시들을 20편 가까이 일기와 함께 적어두었고, 그 중 일부가 잡지에 발표되면서 그는 시인의 이름을 얻었다.

이씨는 “내 많은 저서는 모두 시장에서의 성공을 염두에 두고 쓰여진 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이번 시집만큼은 그런 계산 없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출간했다”라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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