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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선우 첫 소설 '나는 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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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선우 첫 소설 '나는 춤이다'

입력
2008.08.01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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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성의 아름다움을 관능적 시어로 표현해 독자와 문단의 사랑을 두루 받아온 시인 김선우(38)씨가 첫 소설을 발표했다. 월북 무용가 최승희(1911~1969)의 삶을 소재로 한 장편 <나는 춤이다> (실천문학사 발행)가 그것.

최승희가 도일(渡日)해 유명 무용가 이시이 바쿠의 문하로 무용에 입문하는 1926년부터, 일본 최고 무희로 성장해 프랑스 미국 남미 러시아 중국 등 세계 순회 공연을 성공리에 치르는 전성기를 거쳐, 월북 후 베이징에서 체류하다 북한으로 되돌아오는 1952년까지를 다루는 이 소설에서 김씨는 시간 순서와 시점을 교차 편집하는 수법으로 최승희의 예술지상주의적 면모와, 시대와 불화하는 그녀의 내면을 표현했다.

29일 서울 인사동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씨는 "'최초의 한류 스타'라 할 만큼 외양은 화려했지만 실상은 21세기의 감각으로 20세기를 헤쳐나가는 삶을 감당해야 했던 최승희의 불우(不遇)를 애도하는 심정으로 썼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승희가 '운명처럼' 다가왔다고 말했다. 언젠가 그 불꽃 같은 삶을 소설로 쓸 것이라 예감해오던 중 한 영화사에서 2004년 최승희의 생애를 영화 시나리오로 써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하루 빨리 소설로도 써야겠다는 욕망이 강해졌다. 시나리오를 끝낸 2007년 봄부터 소설 집필을 들어갔다."

김씨는 소설을 쓰게 된 더 근본적 계기로 소설가 조세희(66)씨와의 인연을 꼽았다. 2000년 시인으로 등단한 지 한두 해 지났을 때 그녀의 신문 칼럼을 보고 조씨가 먼저 전화로 연락해왔다.

조씨가 수줍은 목소리로 "아실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란 소설을 쓴 조세희라고 합니다"라고 자기를 알렸고, 김씨는 노작가의 돌연하고도 겸손한 음성에 놀라 더듬더듬 통화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 통화에서 조씨는 김씨에게 소설 쓰기를 권유했고, 병환 중에도 불구하고 그 첫 결실에 힘들여 발문을 적어 보냈다.

소설의 시공간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했지만 작중인물은 최승희, 안막, 이시이 바쿠 정도를 빼면 대개 허구의 인물이다. 최승희 내면의 진실에 닿는 데 있어 객관적 사실은 오히려 '거짓의 프리즘'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중 구한말 예기(藝妓) 출신으로 최승희를 헌신적으로 돕는 '예월'은 소설 전개와 주제 형상화에 있어 중요한 인물이다.

사회주의자 안막과의 결혼, 출산 등을 거치며 슬럼프에 빠진 최승희는 일본 내 조선인 마을의 남루한 술집에서 예월이 추는 한량무(閑良舞)를 보고 그것을 자신의 레퍼토리 삼아 재기에 성공한다.

최승희가 그토록 외면하던 조선 민중의 춤을 받아들여 자신을 완성해가는 장면으로, 김씨의 예술관과 상통하는 지점이다. "일테면 시는 시인만 쓰는 것이 아니다. 시와 관계되는 존재 모두가 함께 시를 쓰는 것이다."

김씨는 "마음 속에 서로 다른 색깔의 세 뭉텅이(글감)가 있어서 내가 소설로 풀어내주길 기다리고 있다"면서 "구체적 내용으로 발전된 단계는 아니지만, 더 이상 역사소설 형태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잠정 중단해왔던 시 발표도 올 겨울부터 재개할 계획이다.

글ㆍ사진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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