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로 이송된 '발칸의 도살자' 라도반 카라지치가 31일 처음으로 법정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AP통신이 밝혔다.
긴 백발과 덥수룩한 턱수염으로 변장하고 13년 동안 은둔 생활을 하던 카라지치는 이 날 넥타이를 맨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재판 첫날인 이날은 스레브레니차에서의 보스니아 이슬람계 주민 8,000여 명에 대한 집단학살 등 카라지치가 보스니아 내전 당시 저지른 총 11가지의 반 인륜 범죄에 대한 기소 내용을 듣는 일정이었다.
별도의 변호인 없이 스스로 변론을 맡은 그는 심문을 맡은 알폰스 오리에 판사에게 "숨은 조언자들이 있긴 하지만 스스로 나를 변호하기로 결정했다"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또 "다른 누군가가 기소 내용에 대해 읽어 주기를 원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그는 "새로운 기소장을 받기 원하며, 청원을 내기에 앞서 기소 내용에 대해 충분히 숙지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세르쥬 브람메르츠 ICTY 검사는 "카라지치는 기소 내용 변경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작 오리에 판사가 요약된 기소 내용을 읽기 시작하자 카라지치는 주의 깊게 듣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기소 내용에 대한 항변은 연기했다. 오리에 판사가 그에게 현재 자신이 있는 곳을 가족들이 알고 있느냐고 묻자 그는 웃으면서 "내가 이 구치소에서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 공식 항변을 거부함에 따라 그는 앞으로 30일 간 숙고할 시간을 벌었다. 다음 심리는 29일로 예정되어 있다.
카라지치는 현재 헤이그 인근 셰베닝겐 교도소 내 15㎡ 크기의 독방에서 지내고 있다. 이 방에는 세면대와 침대, 의자와 책상, 화장실과 샤워 시설이 갖춰져 있다. 교도소 내 공동 시설은 케이블 방송, 자국 언어 신문, 테이블 축구 게임 등을 제공하며 있으며 부엌에서는 입맛에 맞는 음식을 조리할 수도 있다.
게다가 가족, 친구, 변호사와의 면회가 자유롭고 부인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설까지 마련돼 있다. 이 때문에 한 수감자는 수감 생활 중 아들까지 얻었다. 이 같은 호화 시설에 대해 영국의 더 타임스는 "이들이 머무는 구치소가 너무 편안해서 '헤이그의 힐튼'으로 불린다"고 꼬집기도 했다.
차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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