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씨는 해방 이후 초등학교에 입학한 ‘한글 교육 세대’이자, 분단ㆍ전쟁 등 격변의 현대사를 몸소 체험한 ‘4ㆍ19세대’ 작가다. 그럼에도 그는 동세대 작가들의 문학적 경향과 차별화된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문학평론가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이문구 현기영 김원일 서정인 황석영 등 4ㆍ19세대 작가들이 대체로 자신들이 경험한 현실과 이념 문제를 재연하는데 관심을 기울였다면, 이청준은 언어에 대한 성찰을 통해 형이상학적ㆍ추상적 방식으로 현실을 문학으로 전화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남긴 작품량은 방대하다. 그가 90년대까지 쓴 소설을 묶은 ‘이청준 문학전집’(열림원 발행)과 2000년대 새로 출간한 소설책을 합쳐 따져보면 장편 14편, 연작소설을 포함한 중ㆍ단편이 131편에 이른다. 여기에 그가 판소리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풀어쓴 ‘판소리 동화’를 비롯한 동화집, 2000년대에만 5권을 내놓은 산문집도 다수다.
주제 측면에서도 이청준 문학은 일목요연한 정리가 어려울 만큼 폭이 넓다. 비평계나 국문학계에서 이씨의 문학을 주제로 한 비평ㆍ연구글이 많이 나오는 이유다. 관련 학위 논문만 해도 179건으로, 해방 후 등단 작가 중 첫손에 꼽힌다.
작가 스스로는 자신의 작품을 ‘관계적인 축’과 ‘존재적인 축’으로 계열화했다. 평론가 이윤옥씨는 “전자에 속하는 작품은 도시 배경, 인간 관계라는 수평적 탐구, 관계의 매개체인 언어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고, 후자는 시골 고향의 삶, 존재의 근원이라는 수직적 탐구와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관계적인 축을 이루는 작품에서 이씨는 개인이 현실과 불화하는 양상과 원인을 천착하며 ‘지적인 소설가’의 명성을 얻었다. 중단편 ‘매잡이’(1968) ‘소문의 벽’(1971) ‘비화밀교’(1985), 장편 <자유의 문> (1989), 말과 삶의 화해 가능성을 탐색한 ‘언어사회학 서설’ 연작(1973~1981) 등이 이 계열이다. 자유의>
이중 나환자촌 소록도를 무대로 유토피아의 본질과 한계를 질문하는 장편 <당신들의 천국> (1976)은 가장 널리 알려진 이씨 작품 중 하나다. 당신들의>
존재적인 축에 속한 소설 중엔 남도소리와 어머니를 소재로 한 것이 많다. ‘서편제’를 필두로 한 ‘남도사람’ 연작(1976~1981)이나 아들에게 궁핍함을 감추는 모성애가 눈물겨운 단편 ‘눈물’(1976) 등이 이 계열의 선구적 작품이다.
한 기독교 목사의 일대기를 통해 인간의 근원적 운명을 궁구한 장편 <낮은 데로 임하소서> (1981)는 2000년 100쇄를 돌파하는 인기를 얻었다. 장편 <흰옷> (1993) <축제> (1996)도 이 갈래의 대표작. 축제> 흰옷> 낮은>
2000년대 들어 이씨는 장편 <신화를 삼킨 섬> (2003), 소설집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2007) 등에서 전통적 신화ㆍ무속의 세계를 서사에 적극 도입, 관계-존재 양 축의 관심사를 변증법적으로 종합해간다. 그곳을> 신화를>
그는 2003년 한국일보에 기고한 산문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에서 자신의 기존 소설이 현실과 역사를 정신의 차원에서 탐구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며 향후 작품에선 “우리가 누구인지 본 모습을 결정짓는 첫 요소인 우리 신화와 신화성”을 담아내겠다는, 아쉽게 중단되고만 새로운 문학적 지향을 밝힌 바 있다.
이훈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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