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출신이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친화적)’ 원칙의 상징적 인사로 지경부 장관에 발탁된 지 다섯 달이나 됐지만, 그는 아직도 자신이 전경련 부회장인줄 알고 있는 모양이다.
30일 전경련 제주 하계포럼 강연에서 이 장관은 “촛불집회를 보며 우리 사회에 좌파가 얼마나 많은지 요즘 새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제계에서 이번 촛불 시위과 관련해 큰 도움을 줬지만, 그것보다 더 큰 단합된 소리가 나와줘야 한다”고도 했다.
전경련 부회장이나 대기업 대표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얘기다. 재계 출신인 만큼, 이 장관 ‘개인’으로선 좌파에 대한 거부감도 있을 것이고 경제계(맥락으론 재계 혹은 경영계)의 단합 필요성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장관은 이런 식으로 얘기해선 안 된다. ‘촛불=좌파’란 인식 자체도 문제지만 정치인도 아니고, 국정을 책임지는 행정부처 수장이자 국무위원이 어떻게 ‘좌파’ ‘경제계 단결’을 운운할 수 있는 지 이해할 수 없다. 마치 기업인들에게 ‘반(反)좌파’ ‘반 촛불’전선이라도 구축하라고 독려하는 듯하다.
이 장관은 대한민국의 장관이지, 우파의 장관이 아니다. 장관이라면 국민의 단결을 호소해야지, 보수만의 단결이나 경제계만의 단합을 촉구해선 안된다. 이념과 계층을 넘어 끌어안고 포용해야 할 장관이 오히려 좌파와 우파, 재계와 노동계식으로 편가르기를 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의 소통부재가 문제다. 이 장관의 발언은 ‘맘 맞는 사람’하고만 소통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좌파혐오, 재계단결을 외치는 것이 ‘비즈니스 프렌들리’ 장관의 바른 처신은 아닐 것이다.
박기수 경제부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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