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으로 자살하겠다고 협박하는 사람을 자극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었다 해도 그 협박이 실제 자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이뤄진 행위라면 자살방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A(사망)씨는 지난해 9월 자신의 전 여자친구인 B씨를 찾아가 “네가 보는 앞에서 죽을 테니 평생 후회하며 살라”고 협박했다. 그러나 B씨가 아랑곳하지 않자 A씨는 온몸에 휘발유를 끼얹은 뒤 B씨가 새 남자친구 C씨와 함께 탄 승용차를 막고서 “차에서 내리지 않으면 몸에 불을 붙이겠다”고 다시 협박했다.
B씨를 타일러도 소용이 없자 C씨는 “죽을 테면 죽어봐”라며 창밖으로 라이터를 던졌고, B씨는 30초 가량 머뭇거리다 라이터로 불을 붙여 화상을 입고 사망했다. 1심 재판부는 C씨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 이기택)는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된 C씨의 항소심에서 “라이터를 건네주고 ‘죽어보라’고 말한 것은 A씨의 자살을 용이하게 해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역설적으로 실제 죽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우선 “자살방조죄가 성립하려면 우선적으로 피해자가 자살하겠다는 결의를 가져야 하고, 피고인이 이를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재판부는 “그러나 A씨가 휘발유를 몸에 뿌리기 전 담배와 라이터가 젖지 않도록 친구에게 맡겨둔 점, 사전에 유언을 남기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진지하게 자살을 결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분신 협박도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행위였던 것으로 보이는 만큼 A씨의 자살은 충동적으로 일어난 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권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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