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독도 영유권 표기변경을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주미 한국대사관의 외교적 실패는 원상회복을 위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직접 움직이는 데 초점을 맞춤으로써 극적으로 만회될 수 있었다. 미 국무부가 28일 오전(현지시간) 독도 영유권 표기변경은 ‘문건 표준화’작업의 일환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했을 때에는 원상회복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여겨졌다.
27일 기자회견을 자청, 우리측 사전 대응의 미비를 사과하기도 했던 이태식 주미대사가 28일 오후 백악관에서 제임스 제프리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면담하면서부터 일말의 원상회복 가능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대사는 이 자리에서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한국 영토임을 강력하게 설명한 데 이어 “수십 년을 같이 산 내 아내를 다른 남자가 갑자기 나타나 자기 첩이라고 우긴다면 용납할 수 있겠느냐”는 비유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 때 제프리 부보좌관은 “나도 한국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공감을 표시한 뒤 부시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을 직보할 것임을 약속했다. 이후 이 대사와 주미 대사관측은 국무부 존 네그로폰테 부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 등을 전방위적으로 접촉, 대미 설득 노력을 이어갔다.
이 대사의 결정적 모험은 29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연내 비준을 위한 정부ㆍ민간합동 대책회의에 부시 대통령이 참석했을 때 이뤄졌다. 이 대사는 회의 참석을 마치고 나가는 부시 대통령을 따라가 “의전상 결례인줄 알지만 화급한 문제여서 보고를 드려야겠다”며 한국 입장을 설명했고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지리적인 문제지요, 내가 잘 알고 있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문제를 살펴보도록 지시했으니 국무부와 잘 협의하라”고 말했는데 이 발언이 부시 대통령의 최종 결단을 거쳐 원상회복으로 가는 분수령이 됐다. 원상회복에 부시 대통령의 의중이 실리자 29일 오후 이 대사가 힐 차관보를 면담했을 때에는 미측 전문가들도 참석, 실질적 방안을 협의할 수 있었다. 이를 두고 힐 차관보는 30일 이번 문제로 대미 외교에 나선 박진, 김부겸 의원 등 한미 의원외교협의회 한국측 대표단을 면담한 자리에서 “오늘은 대한민국 외교 승리의 날”이라고 주미대사관측을 고무시켰다. 문책 경질의 대상으로 거론됐던 이 대사는 원상회복을 알리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전화위복의 계기라도 만난 듯 “한국 외교의 목표는 독도 명칭을 ‘리앙쿠르 암’에서 1977년 이전 ‘독도’로 돌려 놓은 것”이라며 새삼 의욕을 보였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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