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사퇴 압력을 받아 온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가 다음 달 물러나겠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이스라엘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이스라엘 언론은 벌써부터 여성인 치피 리브니 외무장관이 차기 총리에 오를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
올메르트는 30일 TV연설을 통해 “9월 집권 여당인 카디마당의 대표 선출 전당대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2010년까지 임기를 보장 받은 올메르트가 스스로 총리 직을 반납한 것은 연초 제기된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도화선이 됐다. 올해 5월 유대계 미국 재벌 모리스 탈란스키가 법정에서 “올메르트가 예루살렘 시장 등으로 재직할 때부터 10년 동안 15만 달러를 제공했다”고 증언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공공기관에 휴가 비용을 요구해 가족여행을 떠났다는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다. 올메르트가 “탈란스키에게 돈을 받은 것은 맞지만 불법 자금은 아니다”며 결백을 강조했지만 성난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올메르트의 사임 발표로 카디마당은 9월 17일 새 대표를 뽑고 연립정부에 참여한 소수 정당과 정부 구성에 나설 예정이다. 연정이 유지된다면 치피 리브니 외무장관과 샤울 모파즈 교통장관이 유력 후보가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재로서는 리브니 쪽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리브니는 최근 당내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모파즈를 제치고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리브니와 정치적 라이벌 관계인 올메르트 총리가 모파즈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아 선거 결과는 예단하기 힘들다. 리브니가 총리가 될 경우 1969년부터 5년 동안 이스라엘을 이끈 골다 메이어 전 총리 이후 40여년 만에 두 번째 여성 총리가 탄생하게 된다. 변호사 출신인 리브니는 1999년 국회의원으로 첫 발을 내디딘 후 농업장관, 건교부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지난해에는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도 뽑혔다.
그러나 여당인 카디마당이 4개 정당과 연합해 전체 120석 중 과반이 조금 넘는 67석만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한 정당이라도 이탈할 경우 정권을 내놓을 수도 있다. 따라서 연정이 붕괴해 조기 총선이 실시되면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가 이끄는 강경 민족주의 정당인 리쿠드당이 재집권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가 집권할 경우 팔레스타인 문제나 골란고원 반환 협상도 강경책으로 선회할 수 있어 중동 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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