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독도가 영유권 문제로 잇단 홍역을 치르면서 근본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이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통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해도 우리 정부는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했고, 미국 지명위원회(BGN)가 영유권 표기를 뒤늦게 원상회복 했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에 ▦정부는 왜 독도 사태를 막지 못했고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필요한 외교 전략과 비전은 무엇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즉흥적ㆍ감정적 대응이 화를 키웠다
정부가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강조하면서도 영유권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끌려다니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임기응변식 대응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우리는 착실한 준비 없이 외교를 국민 눈높이에만 맞추려다 보니 이벤트성 대응에 치우쳤다”고 지적했다. 이상환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총리가 독도를 방문한 것도 국내정치적으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 관념 때문”이라며 “한국 외교가 감정적이고 허술하게 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은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슈퍼맨신드롬에 빠져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미 BGN의 표기 번복에 대해서도 섣부른 자화자찬을 경계했다. 결과적으로는 잘됐지만 그 과정에서 분쟁 지역이라는 인식이 국제사회에 확산됐기 때문에 외교적 승리라는 표현은 군색하다는 것이다. 백진현 서울대 교수는 “이번 결정이 독도 영유권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면서 “정부의 노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꼬집었다. 박건영 가톨릭대 교수는 “조용한 외교만 고집하다 보니 영토수호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지 못한 채 외교가 지나치게 움츠러들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지렛대를 확보해야
전문가들은 “독도는 엄연한 우리 땅인데 뭐가 문제냐”는 식의 편협한 사고에 갇혀있는 한 독도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영유권을 뒷받침하는 연구 성과를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알리는 한편 외국의 정부, 단체, 오피니언리더들과의 공조를 통해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독도 표기나 교과서 문제에 그치지 말고 전문가 양성, 전세계적인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 적극적 기조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은 “이제 외교적 수사로는 해결이 안되고 한국과 일본 양국의 민ㆍ관 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장기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용현 교수는 “일본을 직접 압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일본과의 영토 문제로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중국 러시아와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황지환 서울대 통일연구소 박사는 “미국은 중립이라고 말하지만 일본의 외교적 노력을 감안하면 더 이상 중립이라고 볼 수 없다”며 “미 국무부의 동향을 체크하고 미국 내 지한파를 많이 만들어 우리 입장을 적극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교 전략의 큰 그림을 그려라
전문가들은 외교의 확고한 원칙과 철학을 강조했다. 각론만 있고 총론이 없어 목표가 불분명하다 보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외교라인이 우왕좌왕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내건 실용 가치에 대해서도 “방법론일 뿐 전략이 아니다”(김기정 연세대 교수)며 외교 전략의 빈곤을 지적했다.
이상환 교수는 “독도 문제에만 매몰되지 말고 동북아 영토 문제에 대한 우리의 기본 입장을 천명한 뒤 여기에서 벗어나면 강하게 비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창희 인하대 교수는 “예상할 수 있는 모든 위기 요인을 검토해 시나리오를 만들고 각 부처가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건영 교수는 “대통령의 외교 철학이 아니라 미국을 외교 정책의 상수로 간주하다 보니 전략적 모호성을 잃어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외교라인에 대해 황지환 박사는 “윗사람 눈치만 보고 현상유지만 하려는 관리형에 그치다 보니 주도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방향을 설정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상현 실장은 “청와대, 정부에서 모두 관료 출신이 외교를 전담하다 보니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론과 철학을 갖춘 전략가와 실무자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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