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도의 거센 입김에 미국도 속수무책이었다.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최대 다자간 협상인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인도 중국과 같은 신흥 경제파워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DDA협상이 장기간 표류하게 됨에 따라 세계통상질서의 무게중심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중국 인도의 버티기에 9부능선 넘지 못해
WTO 35개 주요 회원국은 2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9일째 각료회의를 열어 DDA협상 농업/비농산물(NAMA)분야 자유화 세부원칙 타결을 시도했지만, 미국과 중국ㆍ인도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실패했다.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은 "핵심쟁점의 골격에선 80~85%정도 협상이 됐지만, 선진국과 개도국, 수입국과 수출국 간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며 '협상 결렬'을 공식 발표했다.
21일 개막한 이번 회의는 타결의 문턱까지 갔다가 실패, 충격파도 크다. 25일 농업/NAMA의 핵심쟁점에서 잠정 타협안이 나오면서 한때 극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었지만, 하루만에 뒤집혔다. DDA협상의 3대 쟁점으로 꼽히는 ▦농업 분야 관세 감축 ▦농산물 보조금 삭감 ▦공산품 관세 감축에서는 진전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가 엄청나게 성장한 경제력을 무기로 목소리를 높이면서 회의 분위기는 180도 변했다. 협상 타결의 발목을 잡은 것은 중국ㆍ인도와 미국의 전선이었다. 중국과 인도는 개도국이 농산물 특별긴급관세(SSM)를 발동할 수 있는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공산품의 추가적인 시장 개방을 위한 분야별 자유화 협상을 거부했다. 또 미국의 면화보조금 삭감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국은 면화에 대한 수입관세를 감축하라는 미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DDA 장기공전으로 FTA에 무게 실릴 듯
DDA협상 결렬로 우리는 일단 부담이 큰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에서는 한시름 덜었다. 잠정타협안대로 합의가 이뤄졌다면, 우리는 농업 부문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인정받는다고 해도 농산물 수입관세를 33.3%~46.7%씩 깎아야 했다. 하지만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DDA를 피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투자정책실장은 "잠정타협안 수준이라면 농업에서의 타격이 있기는 하겠지만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면 쌀 고추 마늘 등 주요품목은 보호장치를 확보했다"며 "우리 수출에서 개도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기 때문에, 공산품 분야에서 수출 확대의 좋은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DDA의 앞날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DDA협상 자체가 무산될 뻔한 위기에 처했다 회생한 적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미국 대선(11월)과 내년 EU집행부 교체, WTO 사무총장 교체 등 주요국의 복잡한 정치일정때문에 앞으로 2~3년은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DDA협상 결렬로 다자간 통상 체제가 위축되고, WTO도 역할이 무역분쟁 조정에 그치는 등 파워를 잃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리의 통상전략도 다자간 협상보다는 FTA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안호영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은 "DDA가 완전히 좌초한 건 아니나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며 "지역협력, 양자간 협상을 해나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EU FTA 협상도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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