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선거가 30일 순조롭게 끝났지만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20%에도 못미친 저조한 투표율로 당선인은 벌써부터 ‘대표성’ 논란에 휩싸였다.
기대했던 정책선거 대신 도를 넘어선 후보간 상호 비방전에다 정당의 노골적인 개입 등은 ‘직선제 무용론’을 불러 일으킬 조짐이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300억원이 넘는 국가예산만 날렸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 최저투표율 도마에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를 앞두고 예상한 투표율은 최대 25%였다. 일종의 목표치였던 셈이다. 하지만 선관위 내부적으론 “20% 선이면 만족한다”는 분위기였다. 선거일이 평일인데다 여름 휴가철이 본격화하는 시기임을 감안한 수치였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마저도 완전히 빗나갔다. 투표율은 15.4%를 기록했을 뿐이다. 이는 교육감 선거가 직선제로 바뀐 이후 치러진 충남ㆍ전북교육감 선거의 같은 시간대 투표율보다도 낮은 것이다.
시선관위는 초상집이 됐다. 시선관위 관계자는 “예상보다 투표율이 너무 저조해 할 말이 없다”며 “시교육감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이 초반에 비해 상당히 높아지긴 했으나 실제 투표로 이어지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백순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최저투표율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백 교수는 “지난해 말부터 대통령선거를 시작으로 총선과 재보궐 선거 등을 차례로 치르면서 유권자들이 극도의 ‘투표 피로감’을 느꼈다”며 “후보들이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향하게 할 수 있을 정도의 치열한 정책선거를 하지 못한 점도 저조한 투표율 또 다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 10%대 직선 교육감 논란
‘낙제점’ 수준의 투표율은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회의론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각급 학교 운영위원회 위원들이 뽑던 간접선거 방식의 교육감 선출이 2006년 12월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에 따라 지난해부터 주민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직선제로 변경됐지만 제도 개선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반쪽 교육감’을 낳았기 때문이다.
건국대사대부속고 교장을 지낸 오성삼 건국대 교육대학원장은 “새 서울시교육감이 시민 10명 중 2명도 하지 않은 투표로 당선됨으로써 대표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며 “6조원이 넘는 예산과 교원 5만여명의 인사권을 제대로 행사할 지, 권위가 설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책은 실종된 채 후보간 상호비방, 정당의 노골적 개입 등으로 얼룩진 선거운동도 도마에 올라 있다. 학교선택제, 특수목적고 확대, 자립형사립고 신설, 이른바 ‘0교시 수업’ 허용, 교원능력개발제 도입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정책 대결은 실종된 반면 상대 후보를 향한 노골적인 인신공격, 보수와 진보 진영의 해묵은 색깔 논쟁 등이 선거판을 지배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신정철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감 직선의 배경은 주민들이 지역교육을 책임질 수장을 직접 뽑으라는 것”이라며 “후보들이 이번 선거에서 자초한 혼탁한 선거환경은 결국 유권자들이 공약을 비교할 수 없게 만들면서 직선의 의미를 퇴색시켰다”고 지적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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