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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독도에서 본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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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독도에서 본 한반도

입력
2008.07.31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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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국제법학회의 주관으로 독도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일본의 독도 관련 망언으로 온 국민이 분기했을 때이다. 울릉도 선착장에서 독도 행 배에 승선하니 생각보다 배가 작고 요동이 심했다. 멀미가 걱정됐다. 그날 파도가 심해 평상시 같으면 출항을 하지 않을 텐데, 특별히(?)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다.

이 외로운 섬 위해 무얼 했는지

울릉도에서 독도는 생각보다 멀었다. 문자 그대로 '외로운 섬' 독도라는 이름이 실감났다. 멀미를 피하기 위하여 눈을 감고 배의 요동에 몸을 맡긴 채, 동으로 향하기를 두 시간 여, 갑자기 주위가 소란스러워 눈을 떠보니 독도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생전 처음 본 독도는 실로 장관이었다. 그 감흥은 말로 표현이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사진으로 본 것보다 훨씬 크다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 직업의식의 발로인지, 바다 위에 떠있는 저 형상이 국제법 상 섬인가 암초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의문이 풀리는 데 수초도 걸리지 않았다. 독도는 명백한 섬이었다. 유엔 해양법협약을 들먹일 필요도 없었다. 자연현상 자체가 섬의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 당연히 배타적 경제수역을 가질 수 있다.

배가 접안하여 독도에 상륙을 하니 삽살개가 반겨 주었다. 조금 지나니 차츰 흥분이 가라앉으면서 내가 동해 한가운데 떠 있는 독도를 딛고 외로이 서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독도는 1년 내내 이런 느낌일 것이다. 독도에서 서쪽을 보며 잠시나마 독도가 돼 보았다. 어쩌면 독도는 자신을 침탈하려는 동쪽 일본보다 서쪽에 있는 본토에 할 말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독도는 일본의 한반도 침탈 야욕의 상징이다. 100여년 전, 일본의 한반도 침략이 독도에서 시작되었고, 지금도 독도를 대륙 진출의 교두보로 생각하고 있다. 결코 그들의 욕망이 작은 섬 하나에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다. 최근의 교과서 파문도 그러한 야욕의 일환이다.

그러한 그들의 전략적이고 치밀한 접근에 우리 정부는 실효적 지배의 강화방안으로 독도에 호텔을 짓겠다는 어이없는 발상으로 대응을 했다. 국제법에 대한 무지가 도를 넘는다. 독도를 제 몸이라고 생각한 정부의 입장인지 의문이 간다.

일본에 대해서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압박을 했다. 개별 국가 간 영토문제와 초국가적 인권문제도 구별하지 못한 것이다. 모든 국제법의 실행은 국가행위가 인류 공동의 가치에 근거할 때 정당성이 부여된다. 틈만 나면 침략행위를 하면서 평화를 부르짖어봐야 소용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돈 있는 만큼 행세 못하는 일본이 그런 처지의 국가이다. 바로 일본의 그 약점을 치고 나가야 한다. 잘 사는 도둑과 조금 어렵지만 정직한 선비, 누가 마을에서 존경을 받겠는가? 이것이 실효적 지배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핵심이다.

독도의 진지한 외침 잘 듣기를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초기 후쿠다 일본 총리를 만나서 과거를 묻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독도는 엄연히 과거사이다. 양측 모두, 국제법 상 영유권을 주장하는 근거로 역사를 들이대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해결되지 않은 과거를 덮으면 독도가 일본땅이 되어도 좋다는 의미로 일본사람들은 이해한다. 이미 미국 국립지리원 산하 지명위원회가 독도를 ‘주권 미지정지역’으로 표기하였다. 남북관계도 경색 일변도다.

이 허점을 일본이 모를 리 없다. 심지어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에 반대한 관료를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하였다. 이쯤 되면 차라리 현 정부 스스로 후쿠다 내각의 2중대, 혹은 자민당 서울지부라고 선언하는 편이 솔직하다. ‘스스로 만든 재앙은 모면할 수 없다(自作孽 不可活ㆍ자작얼 불가활)’는 <서경(書經)> 의 가르침을 되새겨봄 직하다. 단 한번이라도 동쪽을 보며 우리 땅 독도가 본토에게 전하는 작지만 진지한 외침에 마음을 열었으면 한다.

이용중 동국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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