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 그린비
‘조선의 중세를 이 한 권으로 무너뜨리기 시작한 책’. 연암 박지원(1737~1805)의 <열하일기(熱河日記)> 를 가리키는 말이다. 1780년 청으로 가는 사행단에 개인수행원 자격으로 낀 박지원은 5월 한양을 떠났다가 10월에 돌아오기까지 6개월에 걸쳐 중국을 여행한다. 압록강에서 연경(베이징)까지 2,300리, 다시 연경에서 열하(지금의 허베이성 청더ㆍ承德)까지 700리, 도합 3,000리 길의 기록이 <열하일기> 다. 열하일기> 열하일기(熱河日記)>
아무렇게나 이맘때(7월 5일ㆍ음력) 일기를 들춰보니 이런 구절이 보인다. “강물이 불어나는 바람에 또 하루를 머물렀다. 주인이 방고래를 열고 기다란 가래로 재를 긁는다. 나는 그 틈에 얼른 구들의 구조를 대충 살폈다.” 연암은 중국의 구들이 우리의 온돌보다는 못하다면서도, 온돌에도 여섯 가지의 문제점이 있다며 그 하나하나를 자세히 설명한 다음, 중국의 구들 구조를 배워서 온돌의 문제점을 보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난한 집안에 글 읽기를 좋아하는 수많은 형제들이 오뉴월에도 코끝에 항상 고드름이 달릴 지경이지. 이 방식을 배워 가서 한겨울 그 고생을 덜면 어떨까.’ 연암은 그렇게 자신의 모든 촉수를 동원해서 여행 중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하고, 조선의 사회ㆍ문물과 비교하고 비판했다. 그 문체는 정조가 당시 선비들의 글이 더럽혀진 것은 전부 박지원의 죄라고 했을 정도로, 파격과 해학이 넘치는 것이었다. 그리고 “중국을 구경하고 다른 사람들은 무엇이 장관, 무엇이 장관이라고 떠들지만 나로서는 똥거름 무더기가 장관이고, 깨어진 기와쪽과 버리는 조약돌을 이용하는 법이 장관이더라”는 그의 말에는 실학, 이용후생 정신의 백미가 담겨 있다.
<열하일기> 를 읽는 것은 요즘 우리 인문학계의 가장 큰 화두인 18세기 조선, 거기 살았던 한 파격적 정신의 핵심 속으로 들어가보는 또 다른 여행길이다. 올해 초에 나온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는 요즘 감각에 맞는 번역 및 해설과 생생한 시각자료의 사용으로 연암에게 한층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세계> 열하일기>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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