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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독도, '조용한' 외교의 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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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독도, '조용한' 외교의 종언

입력
2008.07.31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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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기에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너무나 당연한 우리 땅이다. 우리 국민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이따금 들리는 일본의 딴 소리는 우익 국수주의자들의 정치적 발언쯤으로 간주한다. 그런데 이런 독도를 두고 일본정부가 중학교 학습지도해설서를 고쳐 소위 ‘다케시마’를 자기네 땅이라고 교육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더욱 난감한 일은 미국의 연방기관인 지명위원회(BGN)라는 곳에서 독도의 공식 명칭을 ‘리앙쿠르암’이라 하고 한국과 일본이 영유권을 다투는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분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우리 생각으로는 정말로 황당무계한 이런 일들이 왜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첫째, 그들이 몰라서일 수 있다. 대다수 일본 사람들은 독도를 둘러싼 분쟁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비교적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대다수 미국 사람들이 독도의 역사적 진실을 알 리가 없다. 우리나라 밖의 거의 모든 사람들은 독도가 대한민국 땅이라는 진실을 모른다.

둘째, 독도를 국제분쟁 이슈로 만들려는 일본의 집요한 노력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일본 우익들은 자국이 주변국들로부터 영토를 침탈 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러시아에 북방 4개 섬을, 한국에 독도를 빼앗겼고, 중국으로부터는 센카쿠(尖閣)열도에 대한 영유권을 도전 받고 있다는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은 일본우익의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다. 선거 때만 되면 이를 활용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정부는 국가의 기구와 예산으로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는 점을 전 세계에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알려오고 있다.

셋째, 냉엄한 국제관계의 현실에서 일본에게 외교력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패전국 일본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독도의 한국 귀속을 명기하는 것을 막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세계의 많은 지도와 사전들이 대한민국이 원하는 독도와 동해라는 명칭 대신 일본이 선호하는 리앙쿠르암과 일본해라는 표기를 채택하도록 만들었다. 우리가 가만히 있는 사이 일본은 세계인의 인식을 바꾸어 오고 있는 것이다.

독도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실효적 지배’와 ‘조용한 외교’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일본이 뭐라고 한들 우리가 실제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니 큰 문제가 아니며, 외교적 분쟁으로 확대하면 오히려 일본이 원하는 국제분쟁화 시도에 말려들 수 있으니 조용히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지금껏 대한민국 정부의 일관된 대응방식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조용한 외교만으로는 안 되게 되었다. 독도가 어느덧 국제분쟁의 이슈로 제기돼 있기 때문이다. 세계 사람들에게 독도의 역사적 진실을 확실하고 체계적으로 알려야 한다. 정부, 학계, 시민사회가 협력하여 일본 주장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우리 주장의 진실성을 납득시켜야 한다. 국제사회에 우리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동의를 구해 나가야 한다.

물론 독도문제를 모든 외교관계에 연계시킬 수는 없다. 독도를 두고 한국과 일본 중에서 택하라고 할 때 한국 편을 들어줄 나라가 얼마나 있겠는가. 독도문제로 우리끼리 책임공방을 하며 싸워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제부터라도 초당적 대외정책을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독도외교가 그 첫 번째 과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얼마 안 있어 부시 대통령이 방한한다. 이때 독도의 역사적 진실을 알 수 있는 고지도들의 영인본을 선물하고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려야 한다.

정진영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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