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적 지배라는 게 있는데 조용한 외교로 가야죠."
미국 지명위원회(BNG)의 독도 '주권 미지정 지역'(Undesignated Sovereignty) 표기에 대한 대응 방안을 묻자 돌아온 한 외교통상부 관계자의 답변이다. 그러나 정작 정부 당국의 대처와 반응은 '조용한 외교'라는 외교부의 입장과 사뭇 다르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29일 독도를 찾아 '동해의 우리 땅 독도'라는 문구가 새겨진 표지석을 설치한 데 이어 30일 해군과 공군, 해양경찰은 최신예 전투기인 F_15K까지 동원, 독도 인근 해상에서 독도 방어훈련을 실시했다.
이에 대해 정부가 실효적 지배를 주장하고 있는데 굳이 총리와 군대가 나서서 이 같은 '시위'를 벌일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정부의 의지 표명과 비상사태를 대비한 훈련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일회성 행사보다 정부가 차분하게 증거와 논리를 갖추는 작업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일본의 도발에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국제 사회의 흐름을 파악하고 물밑 접촉을 통한 민간ㆍ정부 차원의 예방 외교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교부의 '조용한 외교'도 아직 수사 수준에 불과하다. 외교부는 주미 한국 대사관을 통한 경위 파악과 문책에 몰두하고 있을 뿐이다. 외교부는 독도 문제에 관한 대응 시나리오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단계별 대책은 없으며 그 때마다 대응하고 있다"면서 임기응변식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청와대에서도 내달 5, 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식 의제까지는 아니지만 독도 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국민 정서를 고려해서 (독도 문제를) 언급할 수 있겠지만 미국의 답은 뻔하지 않겠느냐"며 "오히려 '긁어 부스럼'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국회 입법조사처는 30일 '국제지명 표준화 관점에서 바라본 독도 표기 문제 및 대응 방안'이라는 긴급현안보고서에서 "이번 결정으로 미국 정부가 '독도가 한국령이 아니다'고 공인한 것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사태는 독도의 명칭 표기, 영유권과 관련한 국제 흐름에 무지한 정부 당국의 대응 미숙이 초래한 결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입법조사처는 "독도 영유권 표기 변경 문제에 대한 대응은 국제적 관점과 세분화된 전략에 따른 단기 및 중ㆍ장기적으로 구분돼 추진해야 한다"며 "정부 중심의 대책과 병행한 국회 차원의 대응을 통해 전 국가적 차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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