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과 수평선이 영어로는 한 단어, Horizon이라는 사실이 신기하다. 희랍어의 어원은 한계(限界)나 한정(限定)으로, 갈 수 있는 곳과 갈 수 없는 곳의 경계를 의미한다. 그러니 해양민족은 수평선으로, 대륙민족은 지평선으로 부르는 게 당연하다. 어쨌든 인류는 먹을 거리 차원에서 수평선을 지평선으로 변환시켜왔다. 호주 뉴질랜드에서도 대표적 원양어종으로 여기는 참치(다랑어, 영어로는 튜나ㆍtuna, 일어는 마구로ㆍまぐろ)를 근해에서 키우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어촌, 경남 통영시 욕지도 주변에서 그 놈들에 대한 가두리양식이 시작됐다.
■고향에 가면 아침 일찍 집안 아저씨가 배를 몰고 나간다. 서울촌놈에게 도다리 회를 먹이기 위해서다. 나갔는가 싶더니 금세 돌아와 식탁을 채워 놓았다. “요 앞에서 잡았다”는 믿을 수 없는 말을 들어보니, 가두리양식장에서 건져(?) 온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왜 ‘가두리’인지 모르나, ‘(그물로)가두어 놓은 양식장’임은 알 수 있다. 우리의 근해어업은 (그냥)양식장, 가두리양식장, 바다목장 순으로 발전하고 있다. 가두리양식장이 되려면 금세 배를 몰고 수확할 수 있는 거리에 청정해역이 있어야 한다. 고향인 통영시의 욕지면, 산양면, 도산면 주변이 그렇다.
■성질이 급한 생선일수록 회 맛이 좋은데, 광어보다는 도다리가 그렇고, 고등어 과에선 참치가 가장 심성이 강퍅하다. 그 놈의 더러운 성질은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 에 잘 나타나 있다. 참치는 원래 차가운 바닷물에 살다가 조금 덜 차가운 곳으로 신혼여행(?)을 다니는 녀석이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제주도 주변을 거쳐 한려수도 외곽까지 그들의 놀이터가 된 모양이다. 깊은 곳을 좋아하니 망망대해 외딴 섬, 욕지도 주변이 고향처럼 느껴지나 보다. 양식이 아닌 것처럼 속이고 키워서 잡아먹는 것이 가두리양식의 핵심이 아니겠는가. 노인과>
■지구온난화 운운하면 우울하지만, 욕지도 근해에서 참치의 가두리양식이 성공리에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은 반갑다. 참치의 맛이 얼마나 촘촘한지는 그 살코기를 말려 대패로 실낱처럼 갉아내 ‘가쓰오부시’라는 조미료를 만들고, 그 몇 가닥으로 우동국물 몇 그릇을 우려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큰일이다. 가두리양식장의 천적은 적조(赤潮)인데, 엊그제부터 도산면 산양면 욕지면 바다가 붉게 물들고 있다고 한다. 바다 표면에 황토를 뿌리고, 물 속 깊이 공기를 집어 넣는다지만 동족방뇨(凍足放尿). 맛있는 참치를 값싸게 먹을 수 있는 길이 참 험하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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