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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자체 '쇠고기 안전'엔 황소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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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자체 '쇠고기 안전'엔 황소고집

입력
2008.07.3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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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국내산 육우의 광우병 전두(全頭) 검사가 불필요하다고 보고 8월부터 검사비 지원을 중단한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은 자체 예산으로 모든 도축 소의 광우병 검사를 계속키로 했다. 세계 유일의 전두 검사로 쇠고기 안전을 지키겠다는 지자체의 고집이 쇠고기 수입 장벽을 낮추라는 미국에 무언의 시위로 작용하고 있다.

29일 마이니치(每日)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8월부터 20개월령 이하 국내산 육우의 광우병 전두 검사비 지원을 중단키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식육처리시설이 있는 76개 일본 지방자치단체 전부가 검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광우병 소가 일본에서 처음 발견된 직후인 2001년 10월부터 국내산 육우를 전두 검사했다가 2005년 8월에 발병 사례가 없는 20개월 이하 육우의 전두 검사를 폐지했다. 하지만 이때도 지자체 전부가 검사를 계속했고 정부는 하는 수 없이 해마다 20억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계속 지원해왔다. 일본의 연간 도축 육우는 120만 마리를 넘고 이중 15만 마리가 20개월 이하에 해당한다.

이번 전두 검사 중단에 앞서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광우병 검사를 하지 않은 20개월 이하 육우가 유통되는 경우, 검사를 거친 육우 판매업자가 ‘검사 완료 안전’ 등의 홍보를 할 경우 소비자들이 실제와 달리 우량품으로 오인할 수 있다며 ‘경품표시법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검사를 한 소나 하지 않은 소나 품질이 다르지 않다고 공인한 것이다.

문제는 아무리 그래 봐야 소비자들이 다르다고 느낀다는 점이다. 마이니치 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지자체(78%)는 20개월 이하 검사를 중단해도 위험이 높아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검사를 계속하는 이유는 ‘소비자의 안심 확보’(91%ㆍ복수응답) 때문이었다. 이어 ‘주민이나 업계의 요망’(47%) ‘다른 현이 계속하는 한 그만 둘 수 없다’(29%)였다.

안전하게 키워서 위생적으로 도축한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주민들에게 전두 검사가 필요하겠느냐고 물으면 다수가 전두 검사를 원하는 게 현실이다. 올해 검사비로 3억5,000만원을 이미 확보한 홋카이도(北海道) 육우 검사 담당자는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주민의 이해와 납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현의 관계자는 “‘검사 하지 않으면 왜 우리 현은 하지 않는가’라고 주민들이 비난한다”고 말했다. 도쿠시마(德島)현처럼 “광우병은 과학적으로 분명치 않은 부분이 있어 20개월 이하라도 안전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지자체의 전두 검사는 일본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개월 이하 쇠고기만 수입을 허용하는 일본 정부는 수입 제한을 완전 폐지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안전을 보장할 근거가 충분치 않다”며 맞서 왔지만 다른 나라처럼 30개월 미만으로 완화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가 전두 검사를 고집하면 일본 정부로서는 ‘국내 소비자들이 쇠고기 문제에 이만큼 민감하다’는 이유를 댈 수 있다. 설사 수입 장벽이 낮아져도 ‘안전한 국산 쇠고기’ ‘못 믿을 미국산 쇠고기’라는 소비자 의식은 더 강화될 수 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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