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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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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 권

입력
2008.07.3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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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주 / 한길아트

“결국 세계는 한 권의 아름다운 책에 이르기 위하여 만들어졌다.”

프랑스 시인 말라르메의 멋드러진 문장이 표지에 적혀 있는 서양사학자 이광주(81)의 <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권> (2001)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책이다. 책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박학이 노학자의 유려한 문장 하나하나마다에서 솟아나오는 것을 본다.

“ ‘페이지’의 어원인 라틴어의 ‘파기나’란 포도나무의 늘어진 줄을 의미한다. ‘읽는다’ 함은 원래 ‘거두어들인다’를 뜻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들은 책을 읽을 때마다 거두어 들인다.” 페이지란 단어에 그런 뜻이 있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술은 대작이 좋고 극장에서는 동반자의 존재가 더욱 흥을 돋우지만, 책방은 혼자서 들어가는 것이 가장 좋다. 그리고 우연히 책방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외면하는 것이 예의인 성싶다. 책과 만나는 그의 즐거운 ‘놀이’를 방해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순간 그는 세계와 마주하는 단독자이자, 그 무엇보다 즐거운 놀이꾼이다.

이 책은 책의 역사, 문화사이자 책 예찬, 책에 바치는 긴 헌사다. 유럽 지성사 전공으로 남다른 애서가ㆍ장서가인 저자는 서구문화사의 갈피에서 찾아낸 책의 역사, 책에 미쳤던 이들의 일화를 책을 찾아 헤매고 책을 사냥했던 자신의 경험, 지적 편력과 엮어 들려준다. “아름다운 책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앞서 말한 말라르메를 비롯해 저자가 인용하는 책 예찬론자들의 책에 관한 아포리즘을 읽는 맛도 크다. “예술이 낳은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름다운 집이라고 답하리라. 그 다음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름다운 책이라고 말하리라.”(윌리엄 모리스). 무엇보다 <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권> 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12세기의 스콜라신학자 생 빅토르 위그의 말. 그는 독서방법론에서 책 읽는 행위를 “한가(閑暇)에 자신(自身)을 바치는” 것으로 비유했다고 한다. 한가에 나를 바쳐버리고 싶을 때면 그래서 이 책이 문득 떠오르는 것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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