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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독도 표기 변경/ 美 '중립'내세웠지만 결과적 '일본 편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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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독도 표기 변경/ 美 '중립'내세웠지만 결과적 '일본 편들기'

입력
2008.07.3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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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의 와중에 독도의 영유권 표기를 한국 영토에서‘주권 미지정 지역(Undesignated Sovereignty)’로 변경한 미국의 의도가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주미 한국대사관의 강력한 원상회복 요구에 대해 미측이 보인 입장을 요약하면 변경 조치는 번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한일 사이에서‘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동일한 조치를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 보면 이 태도는 ‘중립성’을 무기로 삼아 한일간 분쟁이 고조되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 결정적으로 일본의 편을 들겠다는 것처럼 들린다.

미측의 의도는 그들이 주장하고 있는 중립성에도 불구, 수십년간 방치해오던 독도 영유권 표기를 바로 지금 고치겠다고 나선 데서 여실히 드러난다. 미 백악관과 국무부 등도 주미 대사관의 거센 항의에 직면하자 변경 조치가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국제 외교무대에서 특정한 행동을 감행하는 시기의 문제는 정치적 저의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상식에 속한다. 그런데도 미측은 “정치적 고려가 없었다”, “미 정책에 변화가 없다”, “어떠한 정책관련 인사도 독도 영유권 표기 변경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강변하면서 원상회복 등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질도 주지 않고 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미측의 조치가 기습적이면서도 교묘하게, 그리고 기만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측은 국제적 분쟁지역에 대한 중립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중일간 분쟁 대상인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제도)’와 러일이 다투고 있는 ‘쿠릴열도(일본명 북방4개도)’에 대해서는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미 지명위원회(BGN)의 결정에 따른 이들 분쟁지역의 표기를 살펴보면 센카쿠제도는 여전히 일본 영토로, 쿠릴열도는 러시아 영토로 돼있다. 일본과 러시아의 실효적 지배를 이유로 이처럼 표기하고 있는 것 같으나 그렇다면 한국이 실효적으로 영유하고 있는 독도를 달리 취급하려는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

쿠릴열도는 지난해 7월 고시된 연방정보처리표준(FIPS) 지침 10호에 대표적 분쟁지역으로 예시돼 있는데도 지금까지 표기는 바뀌지 않았다. 이 같은 이중잣대를 해명해야 할 책임은 미측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미측이 앞으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는 미 국무부가 28일 독도 표기변경은 미국이 주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모든 지형들에 대한 문건을 표준화하기 위한 미 정부의 노력이라며“웹사이트 변경은 문건 표준화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한 데서 보다 확연해진다.

이는 미측이 정치적 의도가 없다는 말로 한국측을 무마하면서 독도에 대한 한국 영유권을 부정하고 결과적으로 일본의 입장을 강화하는 조치를 계속 취하겠다는 뜻이다. 미측은 이번 독도 표기변경은 관계기관의 결정에 따라 전문 기술자들이 취한 조치라고 말함으로써 이번 기회에 한국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기술적’문제로 격하시키려는 의도마저 내비치고 있다.

미측은 앞으로 한국측의 항의와 반박에 대해‘정치적 판단이 배제된 기술적 조치’라는 주장을 두고두고 써먹으면서 논점을 흐리고 책임을 회피하려 할 공산이 크다. 이 의도에 비추어보면 미측이 이번 조치를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한 방안은 수면 아래에서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로비를 펼치고 있는 일본측의 도움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독도 표기변경 조치의 원상회복은 고사하고 앞으로도 우리 정부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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