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리듬체조는 낯선 종목이다. 전 국민의 시선이 쏠리게 마련인 올림픽에서도 한국 리듬체조는 역대 단 2차례만 선을 보였을 뿐이다. 88년 서울올림픽과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개인예선에 각각 2명씩 출전한 게 전부다. 성적 또한 29위가 최고일 정도로 매번 하위권을 맴돌았다.
이번 베이징올림픽 역시 리듬체조에서 메달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4년 후 런던올림픽에서 꽃피울 희망을 미리 엿볼 수는 있다. 한국 리듬체조의 대들보 신수지(17ㆍ세종고)를 통해서다.
신수지가 세간의 이목을 끌기 시작한 건 지난해 9월부터다. 그리스 파트라스에서 열린 제28회 세계리듬체조선수권 개인종합 결선에서 신수지는 줄-후프-곤봉-리본 4종목 합계 62.700점을 얻었다. 24명 중 17위의 기록. 신수지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세계선수권 상위 20명에게 주어지는 올림픽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신수지는 이때부터 ‘리듬체조계의 김연아’ 등으로 불리며 이름 석자를 제법 널리 알렸지만, 체조계에선 주니어 시절부터 ‘신동’으로 이미 유명했다. 오금초등학교 4학년이던 2000년 리듬체조에 발을 들인 신수지는 운동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협회장배대회 볼 종목 3위를 차지하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듬해부터는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밥 먹듯 해냈다. 시니어대회 출전 첫 해에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것도 타고난 재능에 비춰보면 당연한 듯 여겨진다.
신수지의 이번 올림픽 목표는 한국선수단의 종합순위 목표와도 같은 ‘톱 10’ 진입이다. 이달 중순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참가한 카자흐스탄 그랑프리대회에서 39명 중 12위에 올라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했다.
“첫 올림픽 출전인 만큼 부담 없이 제가 가진 기량을 선보이고 오겠다”는 출사표에선 여유가 묻어나왔다. 먼 미래의 목표도 일찌감치 세워놓았다. “국제체조연맹(FIG) 정식요원이 되고 싶어요. 룰 조정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자리인데, 후배들이 국제무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힘쓰고 싶거든요.”
신수지는 31일 일본으로 출국해 러시아대표팀과 함께 마무리 훈련을 한 뒤 다음달 17일 베이징으로 이동, 21일부터 24명이 겨루는 예선에 출전한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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