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잇고 있는 외교 실패의 책임을 물어 외교안보 라인을 대폭 쇄신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야권은 물론 한나라당 등 여권 내부에서도 인책론이 거세다. 청와대 주변에서 주미대사와 외교통상부장관의 경질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이미 지적했듯이 거의 재앙 수준인 외교난맥상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각 실패 사안의 정확한 경위 파악 및 책임소재 규명과 함께 그에 따른 인책 인사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의 총체적 외교 실패는 외교안보라인 내 몇몇 인사의 무능이나 실수 탓이 아니라 대외정책과 대북정책의 무원칙과 전략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쇠고기 수입 졸속협상 파동으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교체 등 일부 인적 쇄신을 한 뒤에도 외교 실패가 계속돼왔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보다 근원적인 책임은 외교안보정책 비전과 철학을 제시하고 그에 따라 외교안보라인을 지휘해야 할 이명박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 외교안보 문제에 관한 이 대통령의 인식과 철학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야당 대선후보 시절의 경직되고 편향된 대북 및 한미ㆍ한일관계 인식을 집권 후 아무런 조정 과정 없이 실용으로만 포장해 적용하는 데서 모든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대북정책이 조금만 더 유연해졌더라면 남북 차원에서 금강산 사건의 진상 규명 및 해결이 어렵지 않았을 것이고,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 수정 소동도 없었을 것이다. 이전 정부 시절의 한미, 한일 관계를 최악으로 규정하고 관계 복원을 서두르다 쇠고기 졸속협상을 자초했고 일본으로부터는 독도문제로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외교안보라인의 인적 쇄신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문책 인사가 자칫 대통령과 청와대의 보다 근본적인 책임을 가리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또 하나의 ‘대리경질’일 수 있다. 대통령부터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외교안보 인식과 철학을 가다듬어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면서 외교안보라인을 쇄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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