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세계적 투자은행 메릴린치 주식에 나랏돈 2조원을 투자했다가 주가급락으로 투자금이 ‘반토막’ 나면서 투자실패 비난에 시달려온 한국투자공사(KIC)가 손실 줄이기에 나섰다. 받을 배당금을 포기하는 대신, 높은 가격으로 샀던 우선주를 현재 주가의 보통주로 바꾼 것인데 벌써부터 잘한 결정인 지를 놓고 논란이 많다.
KIC는 최근 메릴린치와 재협상을 벌여, 갖고 있던 우선주 20억달러(약 2조원) 어치를 25일 종가인 주당 27.5달러에 보통주로 조기 전환했다고 29일 밝혔다. KIC는 올 1월, 당시 주당 52.4달러에 우선주를 사들였으며 당초 2010년10월까지 9%의 배당을 받은 뒤 보통주로 전환할 예정이었다. 주당 매입가격을 크게 떨어진 현재 주가 수준으로 낮춰 그 동안의 손실을 없앤 셈이다.
KIC는 이번 조기전환 결과, 메릴린치 보통주 약 7,224만주를 보유하게 됐으며 그동안 확보한 배당수익(약 8,850만달러)을 감안하면 7억8,500만달러에 달했던 평가손실은 모두 털어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계 일각에서는 요즘처럼 불확실한 상황에는 채권 성격을 띈 우선주를 보유하면서 안정적 배당수익을 누리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계 투자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회사가 파산하지 않는 한 우선주 배당은 지급되기 때문에 9% 배당수익을 누리면서 금융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또 주식 수가 크게 늘어나 주가가 오르면 이익은 커지겠지만 그만큼 손실 위험도 커졌다는 우려와 조만간 메릴린치가 신주를 발행하면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IC는 그러나 “발행주식 증가에 따라 주가가 하락할 우려도 있지만 메릴린치가 최근 강도높은 자산건전성 강화방안을 발표한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주가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주장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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