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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종의 막전막후] 바그너 오페라 보는 듯한 바이로이트의 대권 세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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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종의 막전막후] 바그너 오페라 보는 듯한 바이로이트의 대권 세습

입력
2008.07.3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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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의 작품만 무대에 올리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올해 시즌이 25일 오페라 <파르지팔> 로 개막되었다.

베이스 연광철이 주역의 하나인 구르네만츠를 불러 절찬을 받았다는 소식도 고무적이지만 현지에서 더욱 큰 관심은 페스티벌의 총감독인 바그너의 손자 볼프강 바그너(88)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물러나고 내년부터는 그의 두 딸 에파와 카타리나 바그너가 그 자리를 공동 승계한다는 것에 쏠려있다.

형 빌란트 바그너가 급사한 후 페스티벌의 전권을 행사해온 볼프강 바그너는 그동안 두 번째 아내 구트룬이 낳은 29세의 카타리나를 후계자로 지목한 반면, 바이로이트 재단 측은 첫 아내의 딸로 예술적 경험이 풍부한 62세의 에파를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작년 가을 구트룬이 세상을 떠나자 볼프강의 태도에 변화가 왔다.

카타리나의 경우 부모의 지원으로 몇 번의 큰 연출을 맡았으나 호평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도 볼프강이 지지했던 것은 워낙 기가 드셌던 구트룬의 눈치를 본 것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합리적인 사회운영 시스템을 갖춘 독일에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수장자리가 사실상 세습된다는 것은 대단히 불합리해 보인다. 그러나 독일문화의 저변을 살펴보면 수긍이 되는 면도 있다.

바그너의 오페라들을 보라. <탄호이저> 와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거> 에서는 노래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자에게 여주인공과 결혼하는 상이 주어진다.

<니벨룽의 반지> 의 주인공 지크프리트는 신의 우두머리 보탄의 피를 받은 쌍둥이 남매 사이에서 태어난 근친상간의 산물이다. 꼭 바그너가 아니라 베버의 <마탄의 사수> 에서도 아가테는 사격대회 우승자와 결혼하도록 되어있다.

이처럼 우수한 유전인자를 물려주어 자손을 번성하게 한다는 사고가 게르만 민족의 정서에 강하게 깔려있고 바그너 가문이야말로 독일 문화의 상징적 존재로서 그런 인식이 누구보다도 강한 것이다.

불편한 사이인 카타리나와 에파가 손을 잡고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을 꾸려나갈 것을 낭보로 전하던 4월의 분위기와 달리, 개막에 즈음한 뉴스를 보면 우려섞인 전망도 많다. <니벨룽의 반지> 에서 파졸트와 파프너 형제가 반지를 두고 다투었듯이 두 자매의 권력투쟁도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래 정통성을 갖고 있는 빌란트 바그너의 딸 니케도 기회를 엿보고 있다. 바이로이트 운영을 둘러싼 상황을 보면 마치 <니벨룽의 반지> 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바그너는 자기 가문의 미래를 4부작 오페라로 써둔 셈인가?

음악공동체 무지크바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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