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말 한 마디에 한 기업의 주가가 하루 만에 6조원이나 증발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에 따르면 푸틴은 24일 국내 산업계 모임에 참석해 러시아의 대형 철강회사인 메첼과 이 회사 이고르 주진 대표를 비판했다. 메첼이 외국 구매자보다 러시아 기업에게 제품을 훨씬 비싸게 팔고 있다는 이유였다.
푸틴은 “이고르가 초청됐지만 아프다는 이유로 갑자기 불참했다”며 “메첼은 1분기에 철광석을 국내 판매가의 절반 가격에 외국에 수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고르가 아픈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가능한 한 빨리 회복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라도 보내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푸틴은 메첼을 비판하는데 겨우 다섯 문장을 사용했다. 그러나 후폭풍은 엄청났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메첼 주가는 푸틴의 발언 소식이 전해진 24일 38%나 폭락했다. 돈으로 환산하면 하루 만에 6조원이 빠진 것이다. 문장 하나에 1조 2,000억원이 날아간 셈이다. 25일 러시아 증권시장에서도 주가가 5%나 떨어졌다.
국내 판매가격 인하에 대한 논의도 즉각 이어졌다. IHT는 “푸틴이 말을 하면 투자자들은 귀를 기울이고 누군가는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고 평가했다. 푸틴이 5월 대통령직에선 물러났지만 러시아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라는 뜻이다.
푸틴의 경고에 잔뜩 겁을 먹은 메첼은 25일 ‘반성문’을 발표했다. 이 회사는 “정부가 급등하는 원자재 가격을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메첼은 언제든지 정부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고 필요하다면 어떤 정보라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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