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으로 내정된 김황식 전 대법관 후임 인선에 법조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사실상 첫 대법관 인사로 MB정부 임기 내 이어질 대법관 인사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25일까지 각계로부터 40여명의 대법관 후보를 추천받은 대법원은 31일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위원장 이장무 서울대 총장)를 열고 후보자를 2∼4명으로 압축해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추천할 예정이다.
이 대법원장은 이 중 최종 후보 1명을 선정해 대통령에게 제청한 뒤 MB정부의 첫 대법관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이르면 다음달 중으로 취임하게 된다. 올해 3월 차한성 대법관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긴 했지만 참여정부에서 인선절차를 마쳤기 때문에 현 정부 첫 대법관인사는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1차로 각계에서 추천한 후보군에는 현직 법관들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자인 김황식 감사원장 내정자가 정통 법관 출신인 점을 감안할 때 최종 인선에서도 현직 법관이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또한 전남 장성 출신인 김 내정자가 빠지면서 호남 출신이 2명으로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역안배 차원에서라도 호남 출신이 유력하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이태운 대전고법원장, 김관재 광주고법원장, 오세욱 광주지법원장, 손용근 대구고법원장, 김이수 인천지법원장, 정갑주 전주지법원장, 이상훈 제주지법원장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출신지역과 무관하게 신영철 서울중앙지법원장, 구욱서 서울남부지법원장, 김용균 서울북부지법원장, 김이수 인천지법원장, 유원규 서울서부지법원장, 이인재 서울동부지법원장, 최은수 의정부지법원장, 이진성 법원행정처 차장 등은 법원 내에서 신망이 높은 법관들로 역시 강력한 후보군이다.
현직 법관이 아닌 후보로는 권오곤 국제유고전범재판관과 변호사 단체가 추천한 양창수 교수(서울대 법학), 참여연대가 추천한 조용환 변호사가 눈에 띤다.
14명의 대법관 가운데 비 서울대 출신이 김지형 대법관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대법관의 출신대학이 다양화할지도 관전 포인트의 하나. 일부에서는 이 대통령의 모교인 고려대 출신이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시각도 없지 않지만 ‘고소영’인사로 곤욕을 치른 정부가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번 인사는 MB정부 대법관 인사의 시금석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대법원장을 포함해 14명의 대법관 중 13명이 현 정부에서 바뀌게 된다. 대법원 이념지형도에서 김 감사원장 내정자는 안대희 대법관과 함께 가장 오른쪽을 차지했던 점을 감안할 때 후임도 역시 보수성향일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런 경향이 2010년 김영란 대법관을 시작으로 임기가 끝나는 김지형 박시환 전수안 대법관 등 진보성향의 대법관까지 이어진다면 대법원은 다시 ‘보수의 철옹성’으로 변한다는 우려가 적지않다.
한편 김 감사원장 내정자는 이날 대법관 퇴임식에서 “헌법과 법률, 양심 등의 기준을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흔들려는 세력들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결코 흔들리지 말라. 오로지 공의와 사랑이 담긴 재판을 하길 바란다”고 후배 법관들에게 당부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