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을 잔뜩 묻힌 핫도그를 입에 물었을 때처럼 요조(본명 신수진ㆍ28)의 음악은, 아니 좀더 확실히 표현하자면 그의 목소리는 달디달다.
밴드의 아기자기한 반주를 요리조리 줄넘기하며 애교 넘치는 발성과 톤으로 읊조리는 요조를 듣고 있자면 정신적인 당뇨병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넋을 놓았다간 머릿속 뇌수가 설탕물로 넘칠 것 같은 두려움마저 닥친다.
2003년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앨범 중 ‘바나나쉐이크’를 피처링하며 달달한 음악생활을 시작한 요조. 지난해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함께 했던 <마이 네임 이즈 요조> 와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OST로 인디 뮤지션의 성공적인 오버그라운드 진출 모델로 떠오른 그가 내달 자신의 첫 단독 정규 앨범을 내놓는다. 커피프린스> 마이>
내달 2일엔 홍대 앞 상상마당에서 단독공연도 앞두고 있다. 후텁지근한 장맛비가 쏟아지는 오후 홍대 앞에서 마주한 그는 음악과는 사뭇 다른 ‘차분한’모습이었다.
“작사 작곡을 거의 제가 다 하고, ‘허밍 어반 스테레오’, ‘케스코’, ‘센티멘털 시너리’ 등 친한 뮤지션 분들이 편곡을 해준 앨범이에요. 9곡 모두 일기장 같은 느낌이랄까. 예전보다 정적인 음악들이 담겼어요.” 지금까지 앨범에서 사실 요조는 ‘주’가 되지 못했다.
‘공일오비’를 포함해 많은 밴드가 그의 독특하며 귀여운 보컬을 원해 피처링에 참여하는 등 앨범에 맛을 내는 고명 같은 역할을 해 왔다. 그래서 자신의 의지대로 만들어간 이번 앨범이 요조에겐 특별하다.
본격적으로 목소리 얘기를 시작했다. <마이 네임 이즈 요조> 에서 익숙하게 들었던 ‘뭐를 원해~원하는 걸 줄게~’의 정체가 궁금했다. 마이>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평소 목소리와 보컬은 완전히 달라요. 굳이 예쁘고 앙증맞게 부르려 노력한 건 아닌데…. 제 목소리가 알려지면서 음반관계자 분들이 여기저기서 피처링하라 부르고, 그냥 알아서 저에게 어울리는 노래들을 들고 와주더군요. 그러다 굳어진거죠. 일부러 귀엽게 부르는 거냐며 우리 아빠도 물어보실 정도예요.
한때 아무리 슬픈 노래를 불러도 제가 부르면 슬프지 않다는 말을 듣고 답답해 노래를 안 하기도 했어요. 이젠 귀여운 목소리가 한계가 아니라 장점이란 걸 받아 들여서 편안해요.”
곧 출시될 앨범의 가제는 <요조 위드 프렌즈> . 이 음반에 담긴 목소리도 계속 여전할까. “전 앨범들에서 들려 드린 목소리가 누구에게나 달콤하게 다가갔다면 이번 것은 좀 상대적인 달콤함이지 않을까요. 무거운 곡도 있고 개인적인 얘기를 담은 것도 있고. ‘진지하네’, ‘쓰네’ 라고 얘기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이전 ‘으짜~ 으짜~ 으짜자’ 박자의 틀도 깼어요.” 요조>
요조를 바라봐 온 이들은 중독적이며 가벼운 그의 노래들이 인디음악의 희망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CF음악에 쓰이는가 하면, 디지털음원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요조에겐 불편한 말인 듯하다.
“대중지향적이 된다는 게 저에겐 좁은 길로 느껴져요. 답답하고요. 아직 나를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소리 하면 미련하다는 답이 돌아오기도 하죠. 약간 모순되지만 열심히 음악을 하는 욕구와 대중으로부터 숨고 싶다는 욕구가 함께 있어요. 수련을 덜 마치고 하산하는 기분이에요. 얼마 전 SBS의 한 예능 프로에 나가라는 말을 들었을 땐 정말 싫었죠.”
스무 살부터 줄곧 홍대 앞 무대를 오가며 지내온 요조는 그의 음악과 함께 홍대의 아이콘으로 읽힌다. 가녀린 몸매의 예쁘장한 외모와 애교 가득한 보컬, 그리고 티셔츠와 생머리가 말해주는 홍대의 이미지 때문이다.
“한 8년 동안 집에선 잠만 자고 뭘 하든지 홍대 앞에 머물러 온 것 같아요. 너무 편안한 공간이죠. 그런데 요즘은 밤엔 불편해요. 아침나절의 홍대 앞이 훨씬 예뻐요.”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