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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 절감만이 살 길" 시화공단 中企현장에 가보니

입력
2008.07.28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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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화 공단내 의류 제작 업체인 세진염직 공장. 덜컹거리는 기계 소리와 함께 각 생산라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열기는 마치 한증막을 연상케 했다. 하지만 공장 내부 어디에도 현장 직원들을 위한 냉방시설을 찾아볼 순 없었다.

“고유가 때문에 한푼이라도 경비를 아껴야 되는 상황입니다. 냉방시설을 설치하면 온도가 내려가기 때문에 오히려 생산비용이 더 들죠. 요즘은 생산 공정을 거친 폐수까지 다시 끌어와 생산에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30년째 염색 공장 밥을 먹고 있다는 세진염직의 김홍두(54) 이사는 최근 이곳 사정을 이렇게 전했다. 폐수로 버려지는 고온수를 다시 재활용하기 위해 2004년부터 폐수열 회수기를 설치한 이 회사는 월 평균 1,200만~1,300만원 가량의 경비를 절감하고 있다.

중소업체들이 밀집한 반월ㆍ시화공단엔 요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고유가 경기침체의 이중고를 맞아 중소기업들은 존립 위기감마저 느끼고 있다. 한 입주업체 관계자는 “투자도 좋고 경쟁력향상도 좋지만 지금은 일단 살아 남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생존을 위한 중소기업들의 화두는 긴축과 절약. 한푼의 경비라도 줄이기 위해, 별의별 아이디어를 다 짜내고 있다. 특히 늘어난 에너지가격부담을 줄이기 위해 원료나 폐기물 등을 재활용 하면서 에너지 저소비형 시스템 구축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재활용을 위해 자체 원료나 폐기물은 물론, 심지어 거래처에서 사용하고 남은 부산물까지 걷어 쓰는 중소기업까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시화 공단내에서 건축용 스티로폼 단열재를 생산하는 삼양수지의 이길영(45) 대표는 “고유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전사적인 차원에서 에너지 절감 운동을 펼치고 있다”며 “생산 공정에 사용되는 스팀의 열 손실을 막기 위해 함석배관을 사용하고 납품업체에서 버려지는 스티로폼 부산물을 다시 본사로 가져와 재활용함으로써 매월 2,000만원 이상의 생산 원가를 절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력업체의 쓰레기까지 재활용소재로 활용한다는 얘기다.

반월ㆍ시화공단내엔 폐부산물을 줄여 에너지 이용효율을 극대화하는 생태산업단지(EIP)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운영하는 EIP는 전국 5개(반월ㆍ시화, 울산, 여수, 포항, 청주) 지역을 중심으로 중소기업들에게 효율적 에너지사용을 권장하는 기관인데, 출범 초기(2007년) 280개에 머물렀던 기업 회원은 고유가의 여파가 지속되면서 올해 373개(올해 6월말 기준)사로 33% 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허리띠를 졸라매고 마른 수건을 다시 짜는데도 한계가 있다. 중소기업들은 긴축과 경비절감만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결국은 일정부분 정부가 나서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 제조업체(고용인원 20~299인 54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에너지 사용 및 애로요인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 개선(66.3%)과 에너지 절약시설 투자시 저리자금지원 확대(40.7%), 에너지 절약형 생산설비 구축지원(29.1%), 에너지 절약시설 투자시 세액지원 확대(23.0%)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자생력없는 중소기업들이 하루아침에 에너지 저소비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김승일 박사는 “경영 환경이 열악한 많은 중소 기업들은 인건비를 포함해 연구개발비 등을 줄여나가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을 흡수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한계점이 있는 이런 노력들이 바닥에 다다르기 전에 중소 기업들을 위한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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