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공공도서관 문헌자료실에는 좌석마다 이런 글이 붙어 있다. ‘이 좌석은 자료(책)를 열람하실 분들이 이용하는 좌석입니다. 개인공부를 하시면 안됩니다. 개인공부를 하시려는 분은 3층열람실을 이용해주세요.’ 공무원시험 등에 목을 맨 청춘들이 하 많아 3층열람실(개인시험공부실이라 해도 좋겠다)은 자리쟁탈전이 극렬하다. 자리를 잡지 못한 자들이 패잔병처럼 집에 갈 수는 없으니 문헌자료실을 점령했고, 책 보러 왔다가 앉을 자리를 못 찾은 분들이 날마다 항의를 해댔다.
견디다 못한 도서관측에서 그런 글을 붙였던 거다. 허나 자랑스러운 공부 청년들은 그 따위 글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따가운 눈초리에도 태연자약하다. 정신일도하사불성 정신으로 공부를 하면 아무 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으니까. 하여간 아름답기 그지없어야 마땅한 공부하는 모습이 원성의 대상이 될 때가 잦았다. 자기들이 하는 시험준비만 공부고, 문헌(책)을 보는 것은 공부가 아니라고 여기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꿋꿋한 공부는 대견하기도 하지만 공공감각이 결여된 자세인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청년들을 그렇게 시험준비기계로 만들어버린 게 기성세대라는 걸 생각하면, 박수치고 말아야할 일 같기도 하다. 기성세대가 청년들의 일자리를 남겨놓지 않은 것이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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