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베이징올림픽은 도쿄, 서울에 이어 아시아에서 3번째로 열리는 하계올림픽이어서 나름대로 의미가 크다. 금메달 10개를 획득해 아테네올림픽에 이어 종합 10위권 수성을 노리는 한국선수단은 베이징올림픽이 4년간 피땀 흘린 각고의 노력을 심판 받는 자리다. 4년 간 쏟아낸 땀방울의 결실이 한 순간에 좌우되는 올림픽의 특성상 389명(임원 포함)의 태극 전사들은 극도의 긴장감과 기대감속에 베이징행 장도에 오르게 된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은 10위권 진입 목표 달성을 떠나 가슴 한 구석이 허전할 지도 모르겠다. 사상 첫 단일팀 구성은 물론 남북동시입장마저 무산됐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는 베이징 현지에서 마지막까지 협상을 통해 남북동시입장을 끌어낸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지만 최근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 등 남북한의 경색된 분위기를 감안하면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외신도 28일 개막식에서 한국은 176번째, 북한은 177번째로 입장한다고 전하며 개별 입장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남북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반도기를 앞세워 남북동시입장의 감동을 연출함으로써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기자도 짧은 순간이었지만 남녀북남 기수를 앞세운 채 손에 손잡고 입장하는 모습에 당시 현장에서 감격스러워 했던 기억이 있다. 시드니올림픽 이후 남북동시입장은 2007년 창춘동계아시안게임 때까지 9차례나 계속됐다.
당초 이번 베이징올림픽은 기대가 무성했다. 2003년 3월 남북의 체육 고위관계자는 국가올림픽위원회총연합회(ANOC)에서 만나 베이징올림픽 단일팀 구성에 원칙적인 합의를 이뤄냈으며, 2006년 6월에는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단일팀 참가를 요청하는 친서를 전달하기도 해 사상 첫 단일팀 참가가 무르익는 듯 했다.
그러나 남북 실무 협상과정에서 종목별 선수 배정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끝에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지금도 여전히 남북 동시입장을 촉구하는 로게 위원장과 IOC의 입장은 변함이 없지만 남북간의 내부 변수가 걸림돌이 된 셈이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베이징올림픽 남북공동응원열차사업도 없던 일이 됐다. 경의선 열차를 타고 휴전선을 넘고 북녘땅을 거쳐 베이징으로 가려던 웅대한 꿈이 무산된 것이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은 어쩌면 한국의 IOC위원이 한 명도 참석하지 못하는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한국은 한 때 IOC위원을 3명까지 보유하는 스포츠 강국이었지만 지금은 이건희 위원 밖에 없다. 최근 몇 년 사이 김운용, 박용성 IOC위원이 모두 사퇴한 데다 이건희 IOC위원 마저 유죄 판결을 받아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면 가뜩이나 위축된 한국의 스포츠외교는 향후 국제무대에서 더욱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어찌 됐던 이번에도 경기장이나 관중석에서는 남북이 하나가 될 것이 틀림없다. 남북동시입장은 할 수 없지만 예전부터 그래왔듯 땀방울이 흐르는 경기장이나 파이팅을 외치는 관중석에서는 남북은 늘 하나였다. 남북 선수단 모두 정정당당한 플레이를 펼쳐 이번 올림픽이 각자의 가슴에 ‘생애 최고의 순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아울러 경색된 남북 관계에 화해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동은 스포츠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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