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는 28일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 삭제 파동과 미국 지명위원회의 독도 표기 변경이라는 잇단 외교 실패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외교부는 일단 말을 아낀 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치권 안팎에서 유명환 외교부 장관 등 외교안보 라인 문책론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우리를 마치 역적으로 몰아세우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그는 “큰 비가 몰아치면 일단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며 “쇠고기 파동으로 불거진 외교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이번 사건에 덧씌워진 것 같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관계자는 “우리는 최선을 다했는데 국민들이 알아주지 않아 안타깝다”며 “이러다가 이번 사안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차분한 대응과 문제 해결이 우선임을 강조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든, 반성을 하든 그건 나중에 할 일”이라며 “사안의 자초지종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비판 여론에 휘둘리기보다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먼저 끄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이날 장관 주재로 첫 회의를 열고 독도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으며, 유 장관은 한나라당 당사를 찾아 ARF 의장성명 파동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외교 라인 문책설에 대해서는 불만을 토로하면서 항변하는 기류도 곳곳에서 감지됐다. 특히 청와대가 핵심 외교라인 교체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자 “다음 주 부시 미국 대통령 방한 등 현안이 산적한데 자꾸 외교부를 흔들면 일을 어떻게 하느냐”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당국자는 “독도 문제에 늑장 대응한 것은 그렇다 쳐도 ARF에서 외교부가 잘못한 부분이 있는 지는 먼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주미 대사는 몰라도 외교 장관까지 문책 대상으로 섣불리 거론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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