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8일 오후 8시 개막식을 필두로 시작되는 제29회 베이징 하계 올림픽은 이전 올림픽과 관련한 각종 기록들을 갈아치우면서 숱한 화제를 낳는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경기 외적으로는 중국이라는 개최지 특성으로 인한 인권 시위, 구미 언론들의 톈안먼(天安門) 생중계 문제 등 언론 자유, 과도한 보안조치, 열악한 대기 환경 등과 관련한 논란이 경기장 밖을 뜨겁게 달굴 것이다.
개막식에서는 부인들을 동반한 이명박 대통령,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80여개국 정상들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내외 옆에 나란히 앉아 자국 선수들의 입장을 지켜본다. 각국 선수단은 한자식 국가명의 획수가 적은 나라부터 순서대로 입장한다.
이어 3만 3,000여발의 불꽃이 올림픽 주경기장의 상공을 수놓는 장관과 화려한 색채 마술사 장이모 감독 연출의 개막 축하 쇼를 감상하게 된다. 올림픽 개막식에 80여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9일 사격 유도 등 7개 종목에서 금메달이 쏟아지는 것을 시작으로 24일까지 모두 302개의 금메달 주인공이 가려진다. 가장 많은 금메달이 쏟아지는 날은 17일로 28개 종목의 금메달이 확정된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100m에서 세계 신기록이 나올지, 639명의 메머드 선수단을 출전시킨 중국이 탁구, 배드민턴 등 전략종목을 싹쓸이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종합 1위에 오를지 여부 등에 관심이 집중된다. 중국의 전략종목에는 한국의 전략종목이 대거 포함돼 있어 한국의 고전도 예상된다.
중국의 유망주 상당수가 예상대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중국 전역이 오성홍기로 뒤덮이게 되면 그 어느 때 보다도 뜨거운 민족주의적 폭풍이 불 것은 확실해보인다.
올림픽 기간 내내 베이징의 대기 환경은 각국 선수단의 고민거리가 될 듯 싶다. 지난 20일 차량 2부제 시행으로 대기가 다소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미국 등 일부 선수단은 선수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마라톤 등 육상 장거리 종목, 도로 사이클 종목 등에서는 대기 조건이 메달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바람이 불지 않고 매우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는 8월 베이징 날씨는 어쩌면 이번 올림픽에 ‘최악의 조건에서 진행된 올림픽’이라는 낙인을 찍을 지도 모른다.
외국 인권 단체 소속 인사들이 베이징 시내에서 티베트 사태 및 수단 다르푸르 사태와 관련한 크고 작은 시위를 벌이면서 베이징은 한바탕 홍역을 앓을 것이다. 여기에 외국의 파룬궁 수련자 등도 시위에 가세할 것으로 보여 중국 공안을 더욱 긴장시킨다.
이런 와중에 100만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 50만명에 이르는 군경 및 대테러 부대의 존재도 부각될 것이다. 아울러 베이징 시내 곳곳에서 생중계를 진행하려는 구미 방송사들과 이를 제한하려는 중국 당국의 샅바싸움도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전 올림픽을 이번 올림픽의 목표로 내세운 중국이 테러 없는 올림픽에 성공할지도 관심사다. 이와 관련 중국 공안은 테러와 관련해 신장 자치구 지역의 이슬람 분리 독립주의자들의 활동에 크게 신경 쓰고 있다.
이번 올림픽의 눈요기 거리는 중국이 수십조원을 투자해 완공한 올림픽 주경기장 냐오차오, 수영장인 수이리팡 등 각종 경기 시설이다. 또 수 억 명의 젊은이들 중에서 뽑힌 메달 도우미 등 자원 봉사에 나선 중국 미인들의 자태도 각국 선수들과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줄 것이다.
중국을 이웃으로 둔 한국으로서는 중국이 올림픽을 통해 중화민족의 위대성을 확인하고 국가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켜 발전의 도약대로 삼는데 성공할 지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 같다.
이번 올림픽이 1964년의 도쿄올림픽, 88년의 서울올림픽과 같은 성과를 낼 경우 중국은 과거의 중국이 아닐 것이다. 그 결과는 24일 올림픽을 마치면서 차기 올림픽 개최지로 올림픽기가 넘어가는 폐막식을 볼 때쯤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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