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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반 고흐, 영혼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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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입력
2008.07.28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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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림 편역 / 예담

1890년 7월 29일 빈센트 반 고흐가 서른일곱 해의 짧을 생을 마감했다. 동생 테오의 품에 안겨 “이 모든 것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그 이틀 전 고흐는 자신의 가슴에 권총을 쏘았다. 고흐가 그림을 그린 것은 28세 때부터 불과 10년, 그동안 그는 800점이 넘는 유화를 그렸지만 단 한 점밖에 팔지 못했다. 기자가 좋아하는 한 화가가 가끔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나는 고흐 같은 화가는 되기 싫어.” 살아서 죽을 고생을 하고 죽은 다음에야 인정받는 예술가가 다 뭐냐는, 예술가의 삶에 대한 자조랄까 안타까움이랄까 하는 심정의 표현이겠다.

“내가 개라는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가족들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그들이 자신을 계속 집에 두는 이유는 좋아서가 아니라 그저 억지로 참고 있을 뿐임을 개도 알고 있다.”(1883년 12월 15일) “이 세상은 신이 뭘 해야 하는지 잘 모를 때, 제정신이 아닌 불행한 시기에 서둘러서 만들었음이 분명하다. 선량한 신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 그것은 자신의 습작을 만들기 위해 그가 많은 수고를 했다는 것 정도지…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기를.”(1888년 5월) “이런 식으로 떠나게 되어서 아주 고통스럽다. 고통은 광기보다 강한 법이다.”(1890년 5월 4일)

고흐의 글은 그의 그림만큼이나 강렬하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를 읽다보면 그것을 알겠다. 그가 남긴 수많은 자화상, 그가 그린 밤하늘의 별과 해바라기와 사이프러스에서 짐작만 되던 ‘광기보다 강한 고통’이 그의 글에서 한층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 책은 고흐가 동생 테오, 벗이었던 고갱 등에게 보낸 편지들을 모은 것이다. 고흐는 테오에게만 1872년 8월부터 죽기까지 무려 668통의 편지를 보냈다. “돈은 꼭 갚겠다. 안 되면 내 영혼을 주겠다”던 그의 가난과 인간적 면모, 빛과 색채에 고뇌하는 예술적 열정, 그 모두를 관통하는 슬픔과 광기가 읽힌다. ‘서화불분(書畵不分)’은 고흐의 글과 그림에도 들어맞는 말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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