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백 대결로 치러지는 2008년 대선에서 민주당은 정권교체에 성공할 수 있는 상당히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공화당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8년 집권에 매겨진 초라한 성적표 때문이다.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부시 대통령의 인기가 끝없이 추락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제위기까지 현실화하면서 공화당은 더욱 궁지로 몰리고 있다.
버락 오바마 후보는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제3기 부시 행정부'를 허용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반(反) 부시'정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매케인 후보도 부시 대통령과 함께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는 것을 꺼릴 정도로 부시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부각하는데 애쓰고 있다. 4년 전 부시 대통령이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존 케리 상원의원을 상대로 재선에 성공했을 때도 '반 부시'기류는 분명히 존재했다. 그러나 그 때는 2003년 3월 시작된 이라크전에 대한 반대 여론이 지금처럼 압도적이지 않았다. 또 양당 대선후보 모두 경쟁적으로 '테러와의 전쟁' 수행에 자신이 더 적임자임을 주장할 정도로 '안보 이슈'가 대선 판도를 좌우했다.
4년 전 케리 후보는 보다 강력한 군통수권자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베트남전 참전 경력을 앞세웠고 전당대회 때 거수경례를 한 뒤 "존 케리, 임무를 명 받았기에 신고합니다"라는 군대식 말투로 후보수락 연설을 시작했다. 케리 후보는 그러나 베트남전 참전 전우들이 그의 베트남전 활약상이 과장됐다는 광고를 내는 바람에 신뢰도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다 공화당 진영이 이라크ㆍ아프간 전비 지출에 찬성했다가 나중에 반대한 케리 후보의 입장 번복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면서 케리 후보는'뭔가 불안하다'는 인상을 심는데 성공했다. 4년 전에 비하면 오바마 후보는 공화당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안보 이슈에서 매케인 후보를 상대하기가 한결 수월해진 상태다.
오바마 후보는 처음부터 이라크전에 반대했다는 것을 훈장처럼 내세우면서 강력한 반전 여론을 등에 업고'취임 후 16개월 내 이라크 주둔 미 전투병력 철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최근 이라크 등 중동 방문에 이은 유럽 순방에서 '유럽과의 동맹 복원'을 촉구한데서도 나타나듯 오바마 후보는 이미 상당 부분 퇴조한, 군사력을 앞세운 일방주의 즉'네오콘(신보수주의)'정책을 확실히 종식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매케인 후보가 임기말 부시 대통령과 달리 북핵 등에서 보다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고, 이라크 주둔 미군 조기 철수 및 철군 시한 설정에도 강력 반대하고 있어 오바마 후보와의 대립각은 훨씬 첨예해졌다.
4년 전에는 미 경제가 상승 기조에 있어 대선전의 주요 이슈로 등장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고유가와 실업률 증가, 부동산 침체 심화 및 신용위기 등으로 미국 경제가 불황 조짐을 보이면서 경제 문제가 최대 관심사가 됐다.
부시 행정부의 실정 등 전체적인 선거 여건을 보면 오바마 후보가 유리한 국면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매케인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상당히 좁혀지고 있는 것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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