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기후변화협약이 뭐죠?
이달 초 일본에서 열린 선진 8개국(G8) 확대정상회의의 주요 주제 중 하나가 기후변화협약이었습니다. 이 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자는 범 지구적 목표에 적극 동참하고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중기 목표를 내년에 발표할 계획이라는 연설까지 했습니다. 기후변화협약이 대체 뭐길래 우리 대통령은 물론, 선진국의 정상들까지 모여 진지한 논의를 하는 걸까요. 닥터 이코노미에게 물어봅시다.
A.
기후변화란 말 그대로 날씨 같은 기후의 변화,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오랫동안 이어져 온 지구의 기후상태 변화를 뜻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는 지난 100년 동안 0.7도가 올랐습니다.
30도를 오르내리는 여름과 영하 10도가 보통인 겨울을 매년 겪는 우리로서는 ‘1도도 안 되는 차이가 뭐 대단하겠냐’고 여길 수도 있지만, 사실 지난 100년간의 지구 온도 상승은 과거 1,000년을 통틀어도 유례가 없는 큰 변화라고 하네요. 요즘 말하는 기후변화는 그래서 주로 지구의 온난화 현상을 지칭하는 게 보통입니다.
과학자들은 그 동안 오랜 연구 끝에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메탄 등의 농도가 빠르게 증가한 것이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임을 밝혀냈습니다. 이 가스들이 지구 표면에서 반사돼 지구 밖으로 나가는 태양열을 흡수해 지구의 온도가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마치 커다란 온실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같다고 해서 ‘온실효과’라고 부릅니다. 또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가스를 온실가스(풀어 읽는 키워드 참조)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 기후변화가 왜 문제가 되나요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 농작물도 잘 자라고 겨울에는 춥지도 않아서 좋을 것 같다고요? 하지만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남극과 북극에 있는 빙하가 줄어들고 홍수, 가뭄과 같은 기상이변이 더 많이 생긴다고 합니다. 지구 온난화는 단지 지구의 평균 기온이 올라가는데 그치지 않고, 지역별로 잦은 기상이변을 초래해 각종 자연재해를 발생시키는 주범인 셈입니다.
지구는 최근 이런 재난을 많이 겪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갈수록 국지성 호우나 강한 태풍들이 자주 닥치지요. 2005년 미국 남부를 초토화시킨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도 기후변화와 연관이 있었다고 합니다. 인도양의 몰디브라는 섬나라는 국토의 평균 해발고도가 1m 남짓인데 빙하가 녹아 지구 전체의 해수면이 올라가면서 머지않아 나라 전체가 바닷물에 잠길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미 대기 중에 쌓인 온실가스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뿐더러 앞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데 있습니다. 아무 대책도 취하지 않는다면 향후 100년간 지구 온도는 2.8도나 상승할 것이라고 합니다. 수많은 동ㆍ식물이 멸종할 수도 있는 수준입니다.
▲ 해결방법은 없나요
그래서 국제사회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모든 국가들이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음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1992년 유엔 주관으로 열린 리우 환경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UNFCCC)을 채택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3년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했고, 현재 총 192개국이 가입돼 있습니다.
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회의에서는 그 동안 온실가스 배출에 책임이 컸던 38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2008~2012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90년 수준보다 평균 5%씩 감축하도록 결의했습니다. 이를 교토의정서라고 부릅니다.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청정개발체제(Clean Development Mechanism), 공동이행제도(Joint Implementation), 배출권거래제도(Emission Trading)와 같은 다양한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청정개발체제와 공동이행제도는 다른 나라에 온실가스를 줄이는 시설을 만들어 줘 온실가스를 줄일 경우, 이를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입니다. 배출권거래제도는 어떤 나라가 약속한 양보다 온실가스를 더 많이 줄였을 때, 남는 양을 다른 나라에 팔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현재 유럽, 미국, 일본, 중국 등을 중심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에너지 절약 및 효율 향상, 태양ㆍ바람 등을 이용한 신(新)재생에너지 개발,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등에 대해 집중적인 연구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에도 영향이 있나요
우리나라에는 아직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부과되지 않았습니다. 1차 감축대상이 될 만큼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은 크지 않았다고 여겨진 셈이지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최근 빠르게 늘어 이미 세계 10위 수준이 됐답니다. 때문에 현재 논의 중인 2013년 이후의 ‘포스트-교토 체제’에서는 감축 의무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맛都求?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G8회의에서 국제적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게 되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부분만큼 돈을 주고 다른 나라에서 탄소배출권을 사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현재 거래되는 탄소배출권 가격은 이산화탄소 1톤당 4만원 수준(유럽 기준)입니다.
2005년 우리나라가 배출한 온실가스의 5%(3,000만톤)에 해당하는 금액만도 무려 1조2,000억원으로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닙니다. 실제 세계 탄소시장 규모는 2006년 312억달러에서 2007년 640억달러로 1년 새 50%나 급증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기울일 때가 된 것이지요.
온실가스 규제는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클 것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발전산업이나 금속·석유화학 등 제조업, 운송업과 같은 업종의 경우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면 비싼 탄소배출권을 사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 풀어 읽는 키워드
◆온실가스/ 이산화탄소가 70%… 화석연료가 주범
온실가스에는 수증기,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수증기를 제외하면 이산화탄소가 70% 정도 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온실가스라고 할 때는 이산화탄소를 기준으로 말합니다.
이산화탄소는 석탄, 석유, 가스와 같은 화석 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화력발전소를 가동할 때나 자동차를 운전할 때, 또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많이 소비하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전기 소비량이 많고 산업 규모가 큰 미국이나 유럽, 일본, 중국 같은 나라에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자원개발로 삼림을 파괴하는 것도 온실가스를 증가시키는 요인입니다. 숲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뿜어내는 고마운 존재이기 때문이죠.
■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나라별 할당된 배출량 맞춰… 넘치면 파고 모자라면 사고
세계 각국은 이미 온실가스 배출권을 활발히 거래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유해물질 배출권을 어떻게 거래하냐고요? 기본 틀은 이렇습니다.
교토의정서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게 된 나라들은 저마다 줄여야 할 이산화탄소량을 할당받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얼마 만큼은 배출해도 된다'는 배출권리를 받는 셈이지요.각 나라는 또 이 배출권을 기업들에게 평소 배출량에 따라 배분합니다. 모든 기업이 할당된 배출량 만큼만 온실가스를 내보내면 좋겠지만, 사정에 따라 더 또는 덜 배출하는 곳이 있을 겁니다. 이 때 배출권리가 남는 기업과 모자라는 기업이 그 권리를 사고 파는 것이 바로 배출권 거래입니다.
배출권 거래는 사고파는 쪽 모두에게 '윈-윈(win-win) 게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똑같이 한 해 이산화탄소 10만톤을 배출하는 A와 B 기업에게 9만5,000톤의 배출권이 할당됐다고 칩시다. 각각 5,000톤씩 줄이라는 뜻인 거죠. 그런데 A기업은 1톤을 줄이는 데 10달러가 들고 B기업은 30달러가 듭니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려면 이런저런 장치를 해야 하는데, 기술력이나 인건비가 다르다 보니 비용 차이가 나는 것이죠.
만약 이때 시장에서 거래되는 배출권 가격이 톤당 20달러라면, B기업은 굳이 30달러씩 들여 5,000톤을 줄이는 대신 20달러짜리 배출권을 5,000톤 어치 사면 이득입니다. A기업은 톤당 10달러씩 들여 1만톤을 감축한 다음, 남는 5,000톤을 톤당 20달러에 팔면 비용을 '0'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현재 세계 배출권 거래는 위의 사례처럼 할당된 배출권을 직접 사고 파는 시장과, 기술은 앞서지만 감축비용이 많이 드는 선진국 기업들이 후진국에 감축시설을 지어주고 여기서 얻은 점수로 배출권을 사는 시장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전 세계에 10여개 시장이 있지만 전체의 80% 가량이 유럽연합(EU)이 운영하는 'EU ETS'라는 곳에서 거래될 정도로 EU가 단연 앞서가고 있죠.
배출량에 비해 다소 대응이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도 지난해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펀드가 등장하고 탄소배출권 시장을 개설할 예정에 있는 등 뒤쫓을 차비를 하고 있답니다.
김영민 한국은행 조사국 조사역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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