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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사이버 모욕죄는 과잉 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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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사이버 모욕죄는 과잉 입법

입력
2008.07.2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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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부가 22일 관련 법과 제도를 손질해 포탈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본인 실명제를 확대해서 인터넷의 역기능을 최소화하며 개인정보 수집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망 수준은 세계 최고지만, 이를 이용하는 문화는 성숙되지 못해 갖가지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인터넷의 익명성을 이용해 남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하는 행위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언론사의 광고주에게 광고를 내지 못하도록 협박하거나 그 기업에 대한 악성 루머를 퍼뜨려 불법성이 도를 넘는 경우도 나타났다.

악성 댓글 폐해 심각하지만

천박한 표현을 담은 악성 댓글로 인기 탤런트를 비난하다가 처벌 받은 사례도 있었고,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등 정치적으로 악용한 적도 있었으며 심지어 촛불 시위 경찰진압 과정에서 여대생이 사망하였다는 헛소문을 퍼뜨리는 등 유언비어로 사회의 혼란을 초래하는 행위도 있었다.

인터넷 상의 범죄행위는 짧은 시간에 급속도로 전파되고, 많은 사람에게 광범위하게 공개되어 타인에게 주는 피해가 엄청나다. 그렇지만 피해 구제를 위한 사법제도는 느슨하다.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는 엄하지 못하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직접적인 방법도 없다. 피해 구제절차는 까다롭고 느리다. 피해 배상액도 많지 않다. 이러니 피해를 온전히 회복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현대문명은 ‘사이버 공간’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세계를 창조했지만, 남을 배려하지 않는 개인주의적 경향은 또 다른 폐해를 낳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각종 범죄행위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은 첨단 과학문명에 힘입어 급속도로 발전하는 인터넷의 악용행위에 대해 법과 제도가 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피해 발생을 방치한 정부의 책임도 크다. 그런 뜻에서 정부가 사회 혼란과 국민 불안을 부추기는 정보화의 역기능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은 점은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자유로운 토론 과정에서 제시된 다양한 의견을 통해 부정과 비리를 비판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인터넷의 순기능을 간과할 수 없다. 이는 국민이 누리는 표현의 자유로,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이버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도 헌법 상 자유로 보장해야 하고,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법무부가 신설하려는 ‘사이버 모욕죄’가 과도한 제한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정보통신망을 통해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형법보다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정보통신망을 통한 모욕죄를 만들어 가중 처벌하는 것은 처벌을 위한 입법만능주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형법 손질해 운영하면 충분

사이버 모욕죄도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모욕죄일 뿐 그 본질은 형법의 모욕죄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형법 상 모욕죄로도 처벌이 가능하다면 인터넷 시대에 맞게 형법의 구성요건이나 형량을 손질하면 된다. 굳이 새로운 범죄로 규정하여 처벌하려 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사이버 공간에 대한 과도한 제한과 위법행위에 대한 과잉처벌은 민주적 여론 형성을 제한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다양한 여론을 먹고 자란다. 여론을 배양하는 토양에는 적절한 자양분공급이 필요하다. ‘사이버 모욕죄’ 신설은 재고해야 한다.

누리꾼들도 표현의 자유는 자유로서 보장 받아야 하지만 타인의 명예와 권리도 존중해야 하며, 여기에는 언제나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하창우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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