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제2차 가축전염병예방법개정특위가 열린 회의장 밖 복도는 유난히 어수선했다. 휴대폰으로 통화하며 연신 메모하는 사람, 텔레비전 모니터를 보며 좌불안석인 사람, 자리잡고 앉아 서류더미를 파헤치는 사람 등등.
마치 쪽지시험을 앞둔 학생들 같은 이들은 특위에 보고하러 온 박덕배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을 수행한 공무원들이었다. 이들이 정신없이 분주한 이유는 특위에서 차관들이 헤매자 그 방어 논리와 자료를 찾고 마련해주기 위해서였다.
한 의원이 “미국산 쇠고기가 세계 몇 개국에 수출되느냐”고 물었다. 박 차관은 뒤 편에 앉은 공무원이 “117개국”이라고 알려준 것을 잘못 듣고 “27개국”이라고 답했다. 당황한 공무원이 다시 알려주자 박 차관은 “죄송합니다. 117개국이랍니다”고 정정했다. “월령 제한 국가는 얼마나 되냐”는 질의에는 아예 “잘 모른다”고 했다. “추가협상 때 본문 5조가 부칙 몇 조에 의해 변경됐느냐”는 질의에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곁눈질을 하자 누군가 달려와 자료를 건넸다.
이 차관도 “광우병 쇠고기를 인간이 먹었을 때 잠복기간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의에 뒤만 돌아보았지만 수행 공무원들도 묵묵부답이었다.
이 와중에도 두 차관은 “더욱 노력해 국민 불안을 종식시키겠다”는 말은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기초적 내용도 모르면서 뭘 노력하겠다는 것인지 입맛이 썼다.
특위가 6시간 넘게 진행되는 내내 사정이 이러니 회의장 밖 공무원들은 ‘5초 대기조’처럼 진땀을 뺐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이라고 했던가. 헤매는 차관들 때문에 공무원들만 고생하는 게 아니다. 그들에게 나라 일을 맡긴 국민들의 고생도 그만 못하지 않을 것이다.
진실희 정치부 기자 tru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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