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으로 앞선 요미우리의 6회말 공격. 6번 타자 이승엽(32ㆍ요미우리)의 방망이에 걸린 타구는 도쿄돔 백스크린을 향해 끝없이 날아갔고, 전광판 오른쪽 상단을 강타한 뒤 관중석으로 떨어졌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한 이승엽은 끝까지 타구를 응시한 뒤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천천히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드디어 터졌다. 이승엽이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145m짜리 초대형 홈런으로 장식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오랜 2군 생활과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낸 짜릿한 한방이었다.
이승엽은 27일 도쿄 돔에서 열린 야쿠르트와 홈 3연전 마지막 경기 세 번째 타석에서 대포를 쏘아올렸다. 선두타자로 나온 이승엽은 야쿠르트의 우완 선발 가와시마 료를 맞아 볼카운트 1-2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4구째 몸쪽 직구를 통타했다. 도쿄 돔 천장에 닿을 듯 큰 포물선을 그리며 145m나 날아간 초대형 대포였다. 올시즌 출전한 17경기 만의 첫 홈런이었고, 지난 25일 1군 복귀 후 3경기 9타석 만에 터진 첫 안타였다. 지난해 10월2일 야쿠르트전에서 시즌 30호 홈런을 때린 이후 꼭 300일 만에 본 짜릿한 손맛이었다.
이승엽은 올시즌 용병 라미레스와의 경합 끝에 4번 자리를 사수했지만 개막 후 14경기에서 홈런 없이 타율 1할3푼5리로 부진에 빠졌다. 결국 4월14일 2군으로 내려갔고, 102일 동안 1군에 올라오지 못한 채 눈물젖은 2군 밥을 먹으며 절치부심했다. 고된 훈련으로 얼굴이 검게 그을린 이승엽은 1군에 복귀하고서도 25일과 26일 경기에서 6타수 무안타로 부진하며 심리적 부담에 쫓겼다.
이날도 1-0으로 앞선 1회 2사 1ㆍ2루 첫 타석에서 5구 만에 몸쪽 변화구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2루수 땅볼로 물러나며 안타 갈증을 해소하지 못했다. 그러나 결국 세 번째 타석에서 홈런을 치며 부진 탈출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승엽은 7회말 네 번째 타석에서도 큰 타구를 날렸지만 펜스 바로 앞에서 잡히는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됐다.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이승엽이 첫 홈런을 신고하며 타격감을 조율함에 따라 대표팀도 큰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올시즌 첫 경기 MVP에 선정된 이승엽은 “오랜만의 홈런이라 얼떨떨하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는데 많이 느꼈다. 2군에서 경기도 보면서 운동을 많이 했다. 너무 기분좋다. 이제부터 시작이라 생각하고 주어진 찬스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4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한 이승엽은 시즌 타율이 1할2푼9리로 약간 올라갔고, 타점은 8개째를 올렸다. 요미우리는 7-0으로 완승을 거뒀다.
성환희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