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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잊을 수 없는 혁명가들에 대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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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잊을 수 없는 혁명가들에 대한 기록

입력
2008.07.28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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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석 지음/역사비평사 발행·300쪽·1만2,000원

1927년 9월13일 경성지방법원 제3호 형사법정. 두 차례에 걸친 대대적인 검거로 체포된 1,000여명의 조선인 사회주의자중 유죄판결을 받은 101명이 법정에 섰다. 그 중 가장 관심을 끌었던 인물은 박헌영. 그는 검찰의 유죄추궁에 대해 “한국의 민족해방과 정의의 실현을 위한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으며 취조도중 사망한 4명의 동지를 살려내라고 울부짖었다.

그 발언은 큰 파문을 일으켰고, 박헌영에게 돌아온 것은 교도관들의 살인적인 폭행이었다. 그는 공판 과정 중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으며 정신이상 증세까지 드러내다가 그 해 11월22일 산송장이 된 채 병보석으로 출감됐다.

책은 박헌영과 김단야, 임원근 등 소위 1920년대 조선의 ‘트로이카’를 비롯 윤자영, 강달영, 김철수, 고광수, 남도부, 안병렬 등 오랫동안 입에 올릴 수 없었던 식민지 조선의 사회주의자들 8인의 평범하지 않은 일생을 추적하고 있다. 일신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었던 이들에게 망명과 수배, 체포와 고문, 투옥과 탈출 등은 익숙한 일상이었다.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명에 저 세상에 갔다. 어떤 이는 식민당국의 고문 끝에 죽고, 더러는 자신의 신념의 고향인 소련으로 망명했다가 종파분쟁에 휘말려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어떤 이는 한 정권의 부수상까지 지내기도 했지만 평생 맞서 싸웠던 적의 첩자라는 누명을 쓴 채 총살당했다.

초기 사회주의운동 전문가로 성균관대 교수인 저자는 일제 고등경찰과 사법당국이 남긴 피의자 신문조서, 판결문, 주인공들이 남긴 서신과 학습노트, 신문기사, 구 코민테른의 문서철을 뒤져 이들의 ‘잊혀져가는’ 일생을 되살려내고 있다. 남북관계의 해빙이후 이들의 삶을 추적하는데 있어 학문적 금압은 많이 누그러졌지만 아직도 ‘트로이카’ 정도를 빼고는 일반인에게 이들은 낯선 인물들. ‘사회주의 혁명’을 꿈꾸었다는 사실로 여전히 그들의 이름을 불러내는 일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회주의운동이 우리 민족해방운동의 가장 큰 갈래였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면 그들은 결코 잊혀져서는 안 된다고 책은 힘주어 말한다. 식민지 시기의 탁월한 사회주의 이론가였으나 스탈린치하 소련에서 반혁명 혐의자로 몰려 총살당했던 윤자영에게 대한민국정부는 2004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조선공산당조직의 리더였던 김철수에게는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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